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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n 11. 2016

글 쓰는 일을 뺀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의 일주일 사용법은 무계획이고 싶다. 무계획이다.

<168시간 일주일 사용법>이란 책 제목이 있다. 왠지 이 책에 나온 저자의 말에 캐어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전자 도서관 전자책 보유량 3권인데 예약자가 곱절이다. 내 나이도 어느덧... 시간이 엄청나게, 잔인하게, 무자비하게 지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시간을 늦추는 방법이 모두에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더 쪼개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 만이 '시간'이란 것을 늦추는 것일까. 계획 아래에서 정확하게 한 발 한 발 디뎌 나가는 삶을 살아야 제대로 (누구에게?) 인정받는 삶이 되는 것일까. 내 마음은 생각과 행동이 언제나 따로 인듯하다. 모호한 미래를 더 뚜렷하게 제단 하려 한다. 매 요일은 그것 하나로 꽉 채운 듯이. 그러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해진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보다 시간이 많아서 여유가 많아서 더 책을 읽고 생각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닌데... 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일 뿐일 텐데... 내가 그들을 매도하고 만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구한 애들러 교수는 계획 없는 삶은 돌아볼 가치도 없는 삶이다.라고 말한 어느 부분을 읽어내리다 무척 가슴이 뜨끔했다. 다시 읽어볼 글이다. 내 눈이 멀어 자존심이 상해버리고 말았다. 계획하지만 계획하고 싶지 않은 이 굴뚝같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요즘 광고 내레이션처럼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이다.


다시 계획이란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 삶에서 계획이란 것이 생애주기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소박한 성취의 계획을 말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내가 내게 해주는 말이다. 유전 정보는 관습에도 얽매어져 있는듯하다. 잘 사는 것은 언제나 그 유전자가 오래 살아남는 방식이다. 계보를 잇는 방식, 나 하나는 그다지 중요해지지 않는 방식... 옛 사고방식은 그들이 살아남는 방식을 제대로 알고 있다.


현실의 틀은 깨지기 쉬운 틀이다. 자칫 잘못하면 무너진다. 다시 세우기 어렵고 인생은 그다지 길지가 않다. 가진 것을 늘리는 것,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늙어버리다 다음 세대에게 바통 더치 하게 되는데 좋은 의미만 넘겨주면 좋을 텐데 사실 나쁜 것, 좋은 것 함께 넘겨준다. 이 세계는 공간을 많이 차지한 쪽이 승자다.


소중한 삶이라면 이 세상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소중한 삶이 소중해지기까지 끝없이 고분군투다.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사항이다. 의미를 두는 것들을 생각해본다면 분명해진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것들 마저도 소중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의문마저도 든다. 사랑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사랑은 사랑인 채로 있어온 것이다. 그것이 그것인 채로 있어주지 않아서 문제가 일으켜지는 게 아닐까.


나의 요일은 주말도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매 요일마다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온전히 내 시간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 아쉽고 불쾌한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내 체내에 누적된 노폐물이 그득하다.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또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 시간들을 눈 뜬 채 보내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녀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말처럼 "글 쓰는 일을 뺀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말에 그 어느 때 보다 공감한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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