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기억할 수 있는 어제를 떠올리면, 나는 밤늦게 TV를 보며 실컷 웃다 잠이 옮을 느끼다, 아. 자야겠다 마음을 먹고 바로 '안녕- '하곤 잠이 깊이 든다. 눈 뜨면 아침이라 밤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시간이 사라진 것 같아서 뭔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웬만해선 불면증이 없다. 참 잘 자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잠들어버리는 건 신체에 이상신호라고 한다.
신체 에너지는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에너지가 모자랄수록 기능이 떨어지고 모자란 부분이 늘어날수록 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 정지시키는 거라고 이해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뭘 더 할 수 없이 빨리 잠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나는 잠이 빨리 들어서 참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반전의 의미라 반성했다.
몇 개월째 홈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시간을 재서 정확하게 16분 정도다. 4분씩 3세트, 나머지 4분은 팔 굽혀 펴기를 한다. 운동 전후로 스트레칭을 한다. 한 세트당 4분이고, 1분씩 누워서 하늘 자전거, 누워서 윗몸 일으키며 팔꿈치 무릎 닿기, 플랭크 2종류를 1분씩 한다. 중간에 5초 정도 쉬어주며 이어서 12분을 하고 마지막으로 무릎 굽힌 채 팔 넓이를 넓게 해서 팔 굽혀 펴기 15회를 3세트를 한다.
쉬운 것 같은 홈트레이닝이지만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지금은 근력이 조금씩 붙어서 스톱워치를 보며 초를 놓치지 않는 편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주자고 하는데 한 번 쉬게 되면 연이어 쉬어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우게 된다. 예전에 헬스 다니면서 그 강박증에 시달리는 게 싫어서 6개월 하고 관뒀고, 요가도 그쯤에서 관뒀었다. 운동엔 약간씩 고비가 있다. 조금만 쉬자가 몇 년을 쉬자가 돼버린다. 웬만하여서 이어서 운동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일주일을 통째 쉬었고 다시 몸이 조금 좋지 않아서 이틀을 다시 쉬어버렸다. 오늘은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이렇게 하루 단 16분을 운동하는데 갖은 고민을 다한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지금은 발자크의 <나귀 가죽>을 읽고 있다. 1부를 마치고 2부에 접어들었다. 커피를 하루에 40잔씩 들이켠 커피 중독자 발자크는 나와 접점이 없어 그동안 그의 소설 읽은 적이 없고 다른 책에서도 그다지 발자크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걸로 봐서 나에게 큰 매력이 없는 작가로 생각되었는데... 갑자기 그의 글에 쏙 빠져들고 말았다. 그가 말한 '에이는 듯한 마음'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한 위대한 인물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은
그가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며,
하늘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며,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낙원을 흘낏 보았기 때문이다.
한들한들 흔들리는 꽃송이 앞에 멈춰 섰다가,
생명의 경련에 사로잡힌 듯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거기, 회색 구름과 슬픔을 머금고 부는 바람과 무거운 대기는
그에게 여전히 죽음을 권유하고 있었다.
센 강의 풍경에 가슴이 에이는 듯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남은 최후의 상념 속에
두려움 없이 빠져들 수 있었다.
마침내 자신의 존재마저 의심스러워져서
그는 완전히 죽은 것도, 완전히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그 기묘한 형체처럼 변해버렸다.
무無를 일깨우는 데는 어설픈 마법의 주문이 필요하지 않다.
꿈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가른 그 짧은 순간
불가해한 환영의 힘
뜻하지 않게 하나의 비밀이
그를 사로잡아 죽으려는 마음을 돌려세웠다....
오노레 드 발자크 <나귀 가죽> p38~ 71 중에서 발췌
하루에 3번은 나눠서 독서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아침에 오후에 밤에 틈나는 대로 읽기다. 그래도 50분은 이어서 읽는 게 좋은데 나는 집중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딴짓도 많고 딴생각도 많다. 집중하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것 같다.
독서를 빨리하고 싶어서 사선 읽기도 하고 속도 높여서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도 하는데 뭔가 내 스타일은 아닌 것도 같고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읽지 못한데서 오는 부끄러움도 있다. 장난치듯이 아이같이 읽어버리고 좋아라 하기도 한다. 나귀 가죽도 좋지만 보보경심도 좋다. 내 마음 이렇게 사방팔방 빼앗기고 만다.
어릴 적에 온종일 잠들었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많이 나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온종일 자라고 해도 잠들어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시간이 되면 저절로 감긴다. 아침에 딱 한 시간만 더 자고 싶은데.. 그 시간을 채울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쉽다. 눈뜨고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 겨우 이불 제치고 일어나 갠다. 씻고 출근해야지 나를 다독인다.
잠이 모자라면 출근길에 졸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모니터 앞에서 나도 모르게 꾸벅하고 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정말 엎드려서 자버리는데 목이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멍을 때리고 있다. 바보 같은 날이다. 하루에 삼분의 일을 잠으로 소비하다니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잠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한다. 죽어서 영원히 잠드는 것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잠자는 동안 꿈을 여러 가지 꾸기도 한다. 그날 꿈을 기록하려고 노트도 만들고 블로그도 만들었었는데..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아서 다 기록할 수가 없어서 흐지부지되었다. 나의 무의식이 인식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꿈을 통해서 내 불안의 일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도 있었다. 나를 제 3자로 인식해서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했었다. 아주 일부분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었다.
꿈은 위험을 알린다 고도하는데 해석하기 나름이라서 거의 대부분 그 꿈이 위험인지 아닌지 확실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뭔가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꿈은 확실히 나쁜 징조였었고 심증은 가나 해석이 불분명했던 것도 어느 정도 나쁜 예지몽에 가까웠다. 거의 대부분 개꿈이라는 것이 드러나긴 했지만!
전에는 꿈에서 나온 것들로만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너무 단편적이거나 나의 능력 부족으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꿈도 나의 일부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현실에서 거의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것들 중에 그저 한 가지일 뿐인지,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세상은 없었고 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잠들고 일어나는 행위에 신비로움이 가득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