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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l 19. 2016

<탐독>의 시간, 빈틈 활용하기

어수웅 에세이(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
언제나 내 사랑은 보르헤스였어요.

내 철학의 관심, 내 궁극적인 질문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오.

그 주제를 좋아했기에 보르헤스와 사랑에 빠진 건지,
아니면 보르헤스와 사랑에 빠져서 
거짓과 진실의 주제를 탐닉한 건지 모르겠소.

- 움베르토 에코-



첫눈에 반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했지만 나는 잘 몰라서 운명이겠거니 생각했다. 10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운명을 벌써 2번이나 만났으니 앞으로 20년은 다신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가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또 다른 운명의 작가를 만날 수도 있을 듯하다. 

나의 관심은 그들로부터 생겨난 것일까 오롯이 나의 관심사였을까. 내면의 진실, 존재의 증명, 근거를 찾고 또 찾는다. 느껴지지 않는 이유, 무의미, 연기, 가짜인 것들에 침범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들로부터 나는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한다' 는 느낌을 전해 받는다. 강요도 지시도 아닌 내 두 눈을 깊이 응시할 뿐이다. 내 상상이고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참 고맙다. 



<세상의 모든 지식>
우리 인생은 비어 있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어.
빈틈 empty space을 활용해야 해요.

하나의 정보 소스만으로 절대 믿지 말고 
반드시 비교 comparison 해야 해요.

나에게 지혜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혜는 스스로 얻는 거요.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쓰는 동안 조사와 공부가 즐거워 그 시간 자체가 기쁨이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욕망이 닿는 지점은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적 독자 model reader가 출현해 자신의 기쁨을 똑같이 느끼기는 것이다. 서로가 이렇게도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이다. 작가와 독자는 치열하게 찾아다니는 관계다. 서로가 서로를 헤매다 만나는 것이니 '첫눈에 반했다' 할만하다.




움베르토 에코 / 장미의 이름





지금 떠난다면 책과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
-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




책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다 인정하고 있다. 책을 읽을 수 없더라도 미련 갖지 말아야지 생각하기도 한다. 이건 두 가지 감정인듯하다. 생과 사를 이어간다면 그건 책 안에 이루어지는 과정이지 않을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2권을 내년 1월쯤에 읽을 계획이다. 그레고리우스가 이스파한으로 가는 길을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그 상상에는 가능하지 못할 거란 예감을 잔뜩 가지게 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면 왜 떠났을까. 떠나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개인의 혁명은 경험이라는 것일까. 그런 제자리걸음의 질문을 던져보다 잊어버리고 만다.





성리학의 세계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감히 성리학의 울타리를 넘어
미지의 근대 세계에 한 발자국 들여놓은 것이다.
두 세계의 접목을 향한 과감한 시도가 
유길준의<서유견문>의 정수이자 혼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과거엔 새것을 들여와 옛것을 해석했다면, 이젠 옛것을 불러다 새것을 해석해야 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사상가들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손에 들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 해답을 줄 접점을 쫓고 있지만 접점의 좌표는 언제나 아픔과 갈등뿐이었다. 



송호근 교수 / 유길준 <서유견문>






자연과 함께 산다면 물론 행복한데,
이 행복은 과연 끝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당장,
미래의 불활실성에 대해 두려움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해서
그게 모여 내일이 된다.



60년을 살고 보니 그렇더라는 말씀이 가슴이 찡해졌다. 어수웅 에세이 <탐독>에서 마지막 장에 등장한 문성희 음식 연구가는 현재 괴산의 생태 공동체 '미루마을' 터에 '평화가 깃듯 밥상' 학교를 운영 중이시다. 내면의 힘을 키우라 조언해 준다. 이분법적으로 자연은 저기 있고 나는 여기 있다고 나누지 말며 존재에 대한 깨달음 얻으라 한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밖에 없음을...



문성희 평화가 깃든 밥상 학교 운영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어수웅 에세이 <탐독>을 읽고서....



책에 관한 책이 재밌다. 소설을 읽고 에세이 읽으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오는 느낌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 할배를 뒤늦게 만나본것이 아쉽지만 어쨌든 유쾌한 분이신것 같다. 기호학이 무엇인지 궁금해 꿈에서도 기호학이라고 중얼거렸었다. 차차 미스테리가 풀려지길 바란다. 독서는 정말 틈새를 활용하기인듯하다. 정해놓고 독서라기보다 지금 독서가 가능한 찰나라 책을 펼쳐드는 것 같다. 아직은 이동해야하고 일해야하고 뭔가 분주하게 해치워야하는 일이 월화수목금토일이다. 어쩔 수 없으니 타협해야 한다. 

어수웅 에세이 <탐독>에 등장하는 10인중 작가 보다 사회학자이고 음식연구가인 두 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타입이구나 생각했다. 그냥 훨씬 삶에 가까운 척도를 느끼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였다. 재밌는 이야기가 가슴 아픈 이야기 짧게 한 토막 들려주신다....여름에 읽어 볼만한 책일까? 읽어야 할 책과의 또 다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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