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을 언제나 더 크고 새로운 감탄으로 차오르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내 머리 위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도덕률이다.....
여름밤의 떨리는 미광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고 달의 형태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나는 세상에 대한 경멸과 우정, 영원으로 형성된 고도의 감각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이마누엘 칸트의 아름다운 글귀 / 젊은 칸트의 더 아름다운 문장
나는 조롱거리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구덩이 속에 처넣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귀중한 장서들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행 화물열차에 실려 팔려갔다.
기차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안에는 이미 불행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자리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삼십오 년간 나는 그렇게 주변 세계에 적응해왔다.
사실 내 독서는 딱히 읽는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그런 식으로 나는 단 한 달 만에 2톤의 책을 압축한다.
하지만 일을, 신께서 축복하신 이 작업을 완수할 힘을 얻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맥주를 마셨다.
지난 삼십오 년 동안 내가 마신 맥주의 양이면 올림픽 경기장의 풀이나 잉어 양식장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게 현자가 되었고, 이제는 내 뇌가 압축기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사고로 형성돼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털이 모두 빠져버린 내 머리는 알리바바의 동굴이다.
모든 사고가 오로지 인간의 기억 속에만 각인되어 있던 시절은 지금보다 훨씬 근사했을 것이다.
그 시절엔 책을 압축하는 대신 인간의 머리를 짜내야 했겠지.
하지만 그래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진정한 생각들은 바깥에서 오니까.
그것들은 국수 그릇처럼 여기, 우리 곁에 놓여 있다.
세상의 종교재판관들이 책을 태우는 것도 헛일이다.
가치 있는 무언가가 담긴 책이라면 분서의 화염 속에서도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정한 책이라면 어김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다른 무언가를 가리킬 테니까.
9-11page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행복이라는 불행을 짊어진 사람인데, 프로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progressus ad orifinem 근원으로의 전진)과 레그레수스 아드 푸투룸**(regressus ad futurum 미래로의 후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다.
- 보후밀 흐라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