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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2. 2016

사랑의 체험과 독서의 체험 사이에서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제15-17장 중에서....

01. 거대한 시간



이 시간에는 거대한 시간의 또 다른 조각이 덧붙여진다.
이 모서리는 공백 시간 동안에 두 세계가 서로 부딪치는 그 순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시 시작되는 절대 과거다.
우리가 어디에 써야 할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억을 앞지르는 화석이다.

삶에서 최상은 태어남과 새벽뿐이다.
모든 인식connaissance에는 태어남naissance이 있다.
<태어남>을 강화시키는 것은 모두 인식이다.





02. 사랑의 체험과 독서의 체험


사랑의 체험과 독서의 체험 사이에서 내가 흘낏 보는 본질적인 일치는 사랑에 대한 이 성찰이 지닌 놀라움 중 하나다.
동일한 구승성의 결핍.
동일한 결핍된 언어.

사랑은 이중의 포옹으로 정의된다. 언어의 포옹과 침묵의 포옹.
그것은 침묵에 빠진 언어의 포옹이다.
여기에서 급변은, 독서의 체험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체험 속에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읽는다는 축어적으로 기다리는 것을 알아보다이다.
별들을 읽다는 계절을 기다리다이다.
카이로스Kairos 하기 좋은 때, 계절을 뜻한다. 계절이란 뜻 뒤이어 카이로스Kairos는 만물의 봄을 뜻한다. 카라Kara-머리-가 싹트고 성性이 나타나는 발아의 시기인 x, 황도黃道의 연간 궤도상의 야간 행로 안에서 특혜와 부활의 적절한 때를 기다리기.



03. 갈망의 경험


우리는 허난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나는 변함없이 북쪽으로 걸어가기를 고집했다.
매혹에 고하는 결별.
욕망의 단절-근본 (욕망속에 있는 결핍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기쁨)
고통들을 기쁨으로 바꾸기
자기 말살의 전형
상징적인 자살 (깨달음과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극을 보는 자의 극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다시 숲속으로 떠난다.
마른 풀로 덮인 묘지 : 그것이 내 스승의 무덤이다. 비가 내린다.
우리는 건초로 덮인 묘지 위에서 우스꽝스러운 별들처럼 원을 그리며 돈다.

우리는 숲 한가운데 있는 또 하나의 외딴 작은 마을에 다다른다.
장대비가 퍼붓는다.
캄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기라는 느낌, 밤이라는 느낌이 완전히 나를 사로잡았다.
주앙즈의 골목길. '그것이 그의 골목이었다오.'
여전히 비가 내린다. 2300년 전이다.
비가 계속 골짜기를 파이게 한다.

입을 벌리고 있는 주앙즈의 우물
평판 나쁜 이기주의자, 상대주의자, 반사회주의적이며 역설적인 주앙즈라 불리는 철학자
우물 밑바닥의 칙칙한 물빛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욕망은 놀라움에서 깨어남이다.
우리는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 다시 일어선다.
비, 밤이 우리를 씻어준다.
황홀한 나들이는 내면 여행이다.

나는 내 두 손으로 불확실함을 잡았었다.
나는 급류를 뚫었었다.
나는 그의 죽음과 접촉했었다.
유적이라 불렀던 장소에서 나는 극의 부재를 발견했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제 15~17장 (p143-190) 발췌...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은 장르의 경계가 없어, 불쑥 다시 에세이로 이어져 당황스럽다가도 15장에서 17장처럼 이어지는 관계, 깨닫게 하는 점들이 좋아요. 또 한번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연말에 리뷰 남기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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