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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an 12. 2017

괜찮은 세상에서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불안의 이유

(품고 있는 세상, 인간적인 미래)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다. 완전히, 영원히...

희망은 죽지 않았다. 그 그늘 아래서 울지 않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지난 세기보다 희망의 크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붙잡고 있다. 희망을 버린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망가져 있었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 의지, 기쁨, 희망, 자존감, 여유는 내 안에 작게 자리 잡고 있다. 사회의 구조는 커다란 톱니바퀴가 되어서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탱크처럼 뭉게 버리고 지나쳐 버렸다. 아픔의 소리조차도 너무 멀고 아늑해서 그 톱니바퀴 조정자들의 귀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유도 모른 채 다시 작은 것 안에 자리 잡은 생명력은 그 모두를 살아가게 할 유일한 희망일 뿐이었다.


싸우지 않기로 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감각해졌고, 날은 무뎌졌다. 베려고 했지만, 베어지지 않았고 날은 부러지기만 했다. 혼자서 하는 싸움은 외롭고 두려운 일이다. 그 모든 비참을 쓸어버릴 수 있는데... 불어난 물결이 거칠고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가고 말았다. 거대한 무언가를 꿈꾸고 광활한 하늘을 마주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그런 이들을 우리는 잃어버렸지만, 그래서 우리의 고통은 연장되었지만, 우리의 형벌은 아무것도 아니다. 맞서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이 세상이 구역질 나지 않도록 지금이 기회다. 누군가 그토록 바란 미래가 지금 시작되려고 한다. 우리는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고통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라.. 그의 줄은 여기에 지금 여기에 닿아있다. 이 줄이 끊어지지도 않도록 단단히 그의 손에 어깨에 둘러져 있다. 그는 힘껏 잡고 있다. 그놈이 멀리 가든 뛰어오르든 단단히 붙잡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준비해 두었던 작살... 이번에 끝장낼 수 있기를... 

우리 모두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어떻게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괜찮은 세상에서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방향을 잃지 않고 배를 끌고 가야 한다. 그 배에서 또다시 끌고 갈 작은 생명을 위하여....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리디 살베르의 <울지 않기>에 글을 발췌해서 엮어 보았습니다. 지금 이 불안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루 일과의 끝은 오늘의 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얼마만큼의 진척이 있는지 그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는 것입니다. 분노하고 화가 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껴둘 심산입니다. 아직 때가 아니거든요. 지독하고 구역질 나는 전장입니다. 이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에 짓눌리지 않도록 모두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떤 희망찬 말도 섣불리 꺼내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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