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나의 일기, 나의 정신없음.
지난 10월부터 실용서를 읽기 시작했어요.
이제 5개월에 접어들었고, 제가 약속한 6개월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떤 진전이 있었을까 싶지만, 아직 어떤 것도 채워지지 못하고 아주 미미하기만 합니다. 제대로 읽기엔 시간이 모자랐고, 좋은 책을 고르기보다 읽기 쉬운 책을 골랐던 것도 같아요. 그러면서도 글쓰기와 독서법에 관한 책을 놓을 수 없었어요. 그것도 실용서이긴 하지만, 실용서를 읽는다는 마음이 아닌 문학을 읽는 마음이었어요.
혼자 궁리하는 게 취미예요. 문학책을 읽으면서 실용서를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리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은연중에 실용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던 것 같아요. 읽어도 다 기억하지 못할 것들? 이란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왔던 이유, 다시 티스토리에 실용서만 읽는 책방 블로그를 만든 이유... 저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제 틀은 그렇게 견고하지 않은데... 저도 모르게 그 틀을 무척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도 같아요.
브런치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제 안에 뭔가 가득 차오르는 것들이 없어서 더 쓸 수가 없었어요. 실용서를 읽는 동안 현실 속의 저에 대해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가끔 저를 어디로 던져버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놓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실제는 아니고요.. 정신적으로... 그런데 그럴 짬이 없었어요. 제가 이 상태에서 육아라도 했다면 그마저도 못했지 싶어요. '다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누군가 저에게 말한다면... 저는 그저 웃고 말겠죠.
책은 틈틈이 읽었고, 정리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항상 그 사이사이였던 것 같아요. 오히려 주말은 다른 일들로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어려웠어요. 대체 언제 읽고 써야 할지 난감하고 초조하기까지 했어요. 읽다가 항상 맥이 끊기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11월에서 1월까지는 회사는 왜 그리 바빴던지,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데이터 정리에 몰두했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데로 모조리 데이터화시키자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처음 한두 달은 평일 5시간 숙면에 코피가 나는 줄 알았어요.
읽는 데로 요약하고 바로 출력하듯이 글을 옮겨 적었어요. 150개가량의 글이 채워졌더라고요. 잡다한 이야기부터 뒤죽박죽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시 요리와 만화, 기사거리는 분류를 했어요. 티스토리에 블로그는 4개가 되었어요. 요리 블로그는 처음이라 뭔가 두서없이 사진만 올리기 일쑤였어요. 메인타이틀이 필요한데 기존에 너무 많은 요리와 맛집 블로그의 차별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 가성비 요리? 라면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건강한 먹거리면서 함께 요리하는 것에 더 포인트를 두고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만화는 워낙에 좋아했고, 더 만화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데.... 헤어진 지 오래라 다시 그 기분일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랗어요. 드라마 도깨비에 꽂혀서 좋았던 대사와 장면을 편집해서 포스팅을 해보는 것으로 넘어갔고, 종영 이후 후유증이 극심해서 도깨비 시즌 2를 더 써보려고까지 했어요. 역시 그건 좀 무리다 싶었어요.ㅎㅎ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정말 좋았어요. 재밌고요.. 더 상상하려는 것은 도돌이표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돼버려서 어려웠어요. 작가분들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아직 이 블로그의 정체성은 없어요...
야구를 좋아해서 제 곁남을 졸라 '써주세요.' 했는데 3편으로 그쳤어요. 2017년 롯데와 이대호와 황재균까지는 좋았는데 야구 개막이 되어야 쓰겠다나? 그래서 집필 중단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정보라는 것을 캐기 위해서 JTBC 뉴스룸을 모방한 어떤 블로그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어려워서 포기! 신문을 읽고 필요한 정보를 올리기로 했어요. 매일같이 신문을 보는 것도 패스되기 일쑤였습니다.
처음 6개월이라고 말했던 이유는 6개월만 저를 던져놓겠다는 뜻이었어요.
'해보고 싶은데로 실컷 해봐라!' 요런 뉘앙스? ^^;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네가 원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무언의 엄포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없이 하는 것도 무척 체력소모가 많아서 쉽지 않았어요. 미룰 수 없는 것들이 금세 쌓이고 쌓이더라고요. 그런데 실용서 읽으면서 제 책상과 데이터들은 어느 부분에서 무척 정리가 잘 되었어요. 쌓아둘 수 없으니 그때그때마다 정리에 들어갔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게 좋아. 너도 해봐.라는 식의 풍수지리는 저에게 여러모로 많은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믿거나 말거나 지만 저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깐 더 깨끗해졌어요. 다만 운동을 전혀 못하는 겨울이어서 하체비만이 되었지만요... :-)
6개월이란 시간은 끝이라고 만들어 두었지만, 사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대로 읽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간 것도 많았고, 더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을 이어서 더 보지도 못했고요. 아직 통합적인 사고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 같아요. 책은 언제나 거기에서 침묵하고 있었던 건지 아우성을 치고 있었던 건지 왜 그곳에서 소리 없이 말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3월이면 제 이런 어지러움도 종지부를 짓고, 차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학과 실용서를 읽는 제대로 된 패턴을 가지려고 해요. 제 멈춰진 시간은 아마 거기서부터 일 겁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과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2권>, 발자크 <나귀 가죽>입니다. <은밀한 생>은 거의 1년 동안 절반만 읽었었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스파한을 붙잡고 있기 버거워요. 어서 마저 읽고 싶어요. <나귀 가죽>이 제가 문학하고 이별하기 직전까지 읽었던 책이예요. 완독 하는 것으로 문학을 시작하려고 해요. 아주 더딘 과정이 될 거란 예상을 하고 있어요... 벚꽃 대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국도 종지부를 짓고 싶네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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