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글쓰기
제가 예전에 TV프로에서 본 어느 방송이 '요리사의 손맛'이란 것을 분석했어요. 여기에 손맛이란 손에 맛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를 잘 다듬고 먹기 좋게 썰어서 양념과 고루 섞이도록 하는데, 그 손이 어떻게 재료를 제압하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똑같은 재료로 두 사람이 똑같이 조리하는데도 맛이 달랐어요. 요리사가 요리한 것은 손의 기술이 담겨있습니다. 재료와 양념이 서로 날 것과 날 것 아닌 거의 싸움인데 요리사는 그 둘의 조합을 손의 기술로 재압했습니다. 재료는 있는 그대로 날뛰지 않게 숨을 죽이게 하고, 양념은 맛이 따로 놀지 않도록 재료와 섞여서 풍미를 더해 맛을 내었습니다. 그것이 손맛이란 결론이었습니다. 손맛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저는 그런 손맛이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 사람들이 하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최대한 글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 말인즉슨, 많이 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글 쓰는 것 역시 자유로운 생각, 널뛰는 상념들을 불러보아 정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그 사람의 기술이 보태 여지는 것이겠지요.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단어의 어울림, 단어의 궁합을 알아야 합니다. 뜻이 비슷해도 문장 안에서 다른 단어와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고 아닌 단어가 있습니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외에 그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겠지요.<유시민 글쓰기 특강>
영역이 다르지만, 고수들의 비법이 무척 궁금해하던 참이었어요. 논리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어떤 감각이 DNA에 있는데, 살아온 경험인 것도 같고, 자신도 모르지만 아주 짧은 찰나에 간파하는 능력이 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상수, 김기덕 영화감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 감독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런 대목을 들은 적이 있어요. 영화를 찍는 도중에 대사를 쓰고 즉흥적으로 찍는 경우가 있다고요. 이 감독들은 살아 움직이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경계 없이 나아가는 사람들인 거죠. 이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이 대단한 분들인데 여러 가지로 난타를 당하시니 여러모로 시대도 앞서 가시나 봅니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쓰려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오고 말았어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차근히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텍스트 독해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어요. 아래 저의 훌리아 책방 리뷰 일부 요약글을 가져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논리적인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텍스트 독해, 둘째, 텍스트 요약, 셋째, 사유와 토론입니다.
텍스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1)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2) 논리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3)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4)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1)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2)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 context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입니다. 독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더 넓고 깊게 이해하며 때로는 남들과 다르게 텍스트를 해석합니다.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텍스트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개성 있게 요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읽는 사람의 이성을 북돋워 감정을 움직이게 합니다. 전우용 선생은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이 훈련 수업을 되풀이했을 것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논리 글쓰기는 이렇게 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시는데요... 전공이 무엇이든 그런 방법으로 탄탄한 근육을 만든 사람이라야 인문 분야까지 넘나들면서 원하는 주제, 원하는 형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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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뇌를 탐구하는 인간의 뇌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뇌과학 Brain 모든 길은 뇌 과학으로 통한다> 읽으면서 커넥톰에 대해 알았어요.
당신은 당신의 유전자보다 위대하다. 당신은 당신의 커넥톰이다.
- 한국계 뇌과학자 세바스찬 승 -
케넥톰이란? 커넥션의 지도라는 뜻입니다. 인간 유전체의 정보를 지도화 mapping 하는 인간 유전체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100억 개의 신경세포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 즉 회로를 전체적으로 다 파악하는 것을 커넥톰이라고 합니다. 회로를 안다는 것은 지도를 안다는 것처럼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하나씩 꺼내서 고칠 수 있다는 의미 기도하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최근 뇌과학의 핫이슈는 커넥톰입니다. 커넥톰 연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커넥톰과 인간이란 무엇이냐는 존재론적 질문이 어떤 관계인지 의심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면, 마음은 뇌의 복잡한 커넥톰이라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뇌연구 원장 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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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서는 인간 그리고....
자신의 뇌를 탐구하는 인간의 뇌여서 모두가 자신의 뇌를 탐구하고 창작의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주 그럴듯한 말이 많들어졌네요... 글도, 요리도, 영화도, 모든 창작물들은 공감을 얻기 위해서 세상에 나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요. 우리가 보는 이 한 가지는 한 가지가 아니라 무수히 얽힌 커넥톰입니다. 누군가 신묘한 능력이 있는 한 사람을 통해서 완성체가 뽑혀 나온 것이지요.
누군가 결정체로 가져 나오는 데는 각기 다른 방법을 채택하고 형태도 다릅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예술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저도 떠다니는 상념을 정리하기 위해서 여기에 글을 쓰고 있어요. 왜 이런 것들이 겹쳐져서 계속 떠오르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결론 지어보기도 했지만 답이 없는 사유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읽어오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대목이 있었어요. 이해하기 쉬운 글, 가슴을 울리는 글, 논리적인 글이 이런 글이구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띄엄띄엄 이 책과 저 책을 읽고 오늘 하루 이슈를 뒤적이기도 하고 어느 한순간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생각은 자유롭지만, 어떤 것에도 자유롭지 못하기도 합니다. 글도 자유롭게 쓰고... 좀 저다운 글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스물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2년 남짓,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는 않고 중요한 단어만 적었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그때 생각했던 것을 재생했다.
- 유시민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