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을 통해 책은 계속 만들어져 간다.
책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서평을 통해 구현된다.
책이 말하는 바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기
자신의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여 총체적으로 읽어 들어가기
책에 매료된다는 것은
책의 매력을 알아본다는 말이다.
나의 세계가 흔들릴 정도로 읽어야 한다.
'사랑한 자'가 미워할 수도 있다.
미움은 사랑의 역전.
숭배자만이 배교자(믿었던 종교를 배신한 사람)가 될 수 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에겐 스승 파리아 신부가 있다.
이프섬의 감옥에서 광인으로 통하던 파리아 신부는 몇 년에 걸쳐 탈옥을 기도하지만 선 하나를 잘못 그어 계산이 어긋난 바람에 실패한다. 그의 방에서 파기 시작한 땅굴은 당테스의 방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파리아 신부는 좌절하고 낙심했지만 자유 대신 제자를 얻었다.
파리아 신부는 당테스에게 자신이 감옥에서 <이탈리아의 통일 왕국 건설 가능성에 관해서>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고 말한다. 당테스는 펜과 잉크, 종이, 활용할 자료를 어떻게 구했는지 묻는다. 파리스 신부는 셔츠 두 장을 종이 대신으로 삼고, 펜은 대구 대가리의 연골로 만들고, 잉크는 그을음을 포도주에 섞어서 녹여 만들고, 강조할 부분은 손가락을 찔러 피로 썼다고 답한다. 그리고 자료에 대해서는 이렇게 언급한다.
로마에서는 서재에 오천권 가까이 책을 가지고 있었지.
그것들을 읽고 또 읽는 동안에 정성 들여 가려낸 백오십 권의 책만 있으면, 그것이 비록 인간의 지식을 완전히 요약한 것이라곤 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인간이 알아야 할 할 만한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
그래서 나는 삼 년 동안 그 백오십 권의 책만을 자꾸 되풀이해서 읽었네.
그래서 내가 체포됐을 당시엔 그 책들을 거의 다 외고 있었으니까.
감옥에 들어와선 기억력을 더듬어서 그것들을 완전히 생각해 낼 수가 있었지.
지금이라도 투키디데스, 크세노폰, 플루타르코스, 티투스, 리비우스, 타키투스, 스트라다, 요르난데스, 단테, 몽테뉴, 셰익스피어, 스피노자, 마키아벨리, 보쉬에 같은 건 암송해서 들려줄 수 있네.
지금 열거한 이름들은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만 뽑은 거야.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1> 민음사 284쪽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 독서의 완성> 발췌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그것을 별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내가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 외롭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파고들 수 없는 지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구나고 느꼈어요. 그들(서평가)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사실 뭔가 엄청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그것을 따라가야만 하는 거라면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바라는 저의 길은 평탄한 길이길 바라고 있어요. 저는 그냥 쉬어가는 길이 필요해요. 그러면서도 진땀 나도록 그 속에서 살다가 나오기를 바라기도 해요. 다시없을 생이란 우스운 생각도 합니다. 항상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요...
특화된 부분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심화과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은 저마다 다른 루트를 만들지만 어쨌든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정상에 섭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과정이 아주 중요한데 그것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과정처럼 단계별로 오르면서 그 저변이 넓혀지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이 남긴 발자국을 확인하고 자신의 지문을 더듬으면 자신이 꼭 붙잡고 있었던 '어떤 사고'를 끌고 와 '지금의 어떤 사고'와 접목시키거나 변형시키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자신이 만든 고지에 서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깐 누구를 따라야 할 필요가 아니라 저절로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야 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과정엔 분명 고단한 노력이 필요로 합니다. 알아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저에게 브레이크가 걸리는 그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저는 머리가 펑-하고 터져버릴 겁니다. ^^; 그런데도 읽고 또 읽으면서 뭔가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착각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발견이라고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라도 저의 작은 완성을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