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보다 먹는 걸 더 좋아합니다. 요리는 준비부터 정리까지 그 과정이 무척 고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네, 솔직히 정리가 너무 지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요리 예찬에 이르게 되었는지 저에 대해 알다가도 모를 이 감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맛있는 요리 하나에 모든 게 힐링되고 마는 성격입니다. 화가 나고, 슬퍼도 맛있는 요리 하나면 사르륵 녹아 버리고 맙니다. 어디 가나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하고 '한 입만' 먹어보자고 조르기도 합니다.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입맛이고 과자, 아이스크림도 너무 좋아합니다.
언제나 설거지 담당이고, 여전히 요리는 어렵고 그래서 요리 앞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아직도 저는 설거지 담당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맛있는 요리는 저에게 한 입의 행복입니다.
포만감 이전에
입 안에 머무를 때 느껴지는
그 모든 감각을 사랑해요.
저는 국물요리를 좋아하고, 건강한 국물요리라고 생각하면 머리를 박고 먹습니다. 그런 저를 놀려대기도 합니다. 삼계탕, 곰국, 설렁탕, 고동국, 미역국, 청국장, 순두부찌개 등을 무척 좋아해요. 고기류, 나물류, 면류 등을 좋아해서 다양하게 즐기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테지만요. ^^ 먹는 즐거움은 뭘까요? 먹는 것도 지겹다는 말을 저도 하게 될까요? 저는 안 그럴 것 같아요.
요리 블로그를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예전 사진을 올렸어요. 사진에만 머문 저의 기억들이었죠. 인스타그램도 이제 시작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체계적으로 사진을 정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겨요. 클라우드는 들어가서 뒤져서 찾아내야 하는데... 정리도 소홀하게 되고 지난 것은 다시 보기 어렵더라고요.
티스토리에 훌리아 푸드룸이란 이름을 짓고 요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요리가 더욱 어렵게 느껴졌어요. 저는 전형적인 매뉴얼대로 따라 하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요리를 이해해야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요리는 따라 하지만 왜 맛있는 맛이 나지 않는 걸까? 하는 그런 의문만 가득했어요.
요리 블로그 또한 저의 그 초보적인 감각 그대로가 투영되듯이 그다지 매력적인 요리 블로그가 되지 못했어요. 기존에 운영되는 요리 블로그와의 차별성도 없고, 디테일도 없고, 퀄리티도 없는 사진으로는 그저 저의 작은 만족만을 위한 블로그 역할밖에 되지 못한 다는 것을 차차 깨달았어요.
요리에 대한 이해를 시작한 부분이 바로 간 맞추기였어요. 싱거우면 소금! 뭐 당연한 논리겠지만, 저에게는 그런 단계적인 이해가 없어요. 소금과 간장의 차이가 없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요리에 대한 관심은 없고 먹는 것에만 열중했는지 저의 무지함이 실망스러웠어요.
싱거우면 소금이고,
깊은 맛이 필요할 땐 간장을 넣는 거야-
라고 가르쳐주는데....
뭔가 아주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어요.
한 단계 더 나아가서는 설탕과 올리고당은 둘 다 단맛을 내는데 설탕도 넣고 올리고당을 넣는 이유는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설탕은 싸면서도 당도가 높고, 올리고당은 설탕에 비해 비싸면서 칼로리가 낮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요리사는 요리를 할 때 알뜰하게 요리하고, 건강하게 요리를 해야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스킬도 늘었어요. 언제, 어느 시간에 구입해야 싱싱하면서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단골가게에서 어떤 물품이 저렴한지, 그리고 마트에서 살 것과 재래시장에서 사야 될 것 등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진만 보아도 요리가 저절로 이해가 되는 방향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진을 열심히 찍기도 했는데, 같은 사진이 반복되더라고요. 육수는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고, 양념은 비율만 다르지 패턴이 비슷했어요. 면을 삶는 것도 계속 찍을 이유가 없어져버렸어요.
블로그의 카테고리는
저의 요리에 대한 이해와 방향을
표시하고 있어요.
카테고리 분류를 좀 더 상세하게 변경하고, 반복되는 것은 링크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른 블로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가성비 요리를 내세웠습니다. 저렴하게 구입한 싱싱한 식재료로 얼마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한다고 생각하면서 포스팅을 했습니다.
원래 먹던 식단이고, 블로그에 기록하다는 그 차이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좀 더 예쁘게 기록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랬더니 더 맛있는 상차림이 되어서 함께 먹는 사람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다만 사진 찍는 단 몇 초가 아주 거슬려해서 빨리 찍고 먹자!라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빨리빨리 사진을 찍어야 된다는 단점이 생겨버렸어요. ^^;;
아직 디테일이 부족해서 요리보다는 사담이 길어지기도 하고, 글을 깔끔하게 쓰지 못해서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솔직한 후기를 남기는 '곁남'에게 감사 말씀드립니다. (__) 그리고 요즘은 간단한 요리~ 식재료 손질 등 유용한 정보가 인기가 있더라고요. 좀 더 요리에 대한 스킬이 늘면 도전하고 싶어요.
요리는 저에게 아직 미지의 세계이고, 파도 파도 끝이 없어요. 아직 식재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고, 감미료에 대한 세세한 이해도 부족하고, 식재료와 양념이 뒤섞였을 때 새로운 맛에 대한 창의적인 맛 상상도 부족합니다. 그런 저를 알게 되었고, 요리하는 사람들이 무척 대단히 여겨졌어요.
책을 읽는 저와 요리를 이해하는 저는 도구만 달랐지 같았어요.
포만감 이전에
입 안에 머무를 때 느껴지는
그 모든 감각을 사랑해요.
아직 더 잘해야 될 것들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아직은 더 배워야 하고, 숙련된 요리사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아직은 요리할 때 도움을 받고, 혼자 하긴 어렵거든요. 사진을 찍으려면 더욱 그렇기도 해요 ^^; 요리에 집중하고 이해하고 하나하나 기록하게 되면서 저의 하루하루가 특별해졌어요. 그냥 한 끼가 아니었고, 앞으로 이 한 끼는 나에게 소중한 것 중에 하나였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쓰러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매달리기도 합니다. 하루 24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요. 조금만 방심해도 시간을 놓쳐버리기 일쑤입니다. 저는 저를 제대로 기억해 낼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 아주 한정적인 시간을 소유했을 뿐이라고... 저는 그런 생각을 간혹 합니다.
요리를 하고 기록하니 제 삶이 더욱 뚜렷해졌어요. 그리고 다시 저는 제가 사랑하는 문학을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랑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봅니다. 사실 프란츠 카프카 <소송>을 읽고 나서 행복했지만, 무척 지쳐버렸거든요. 문학을 이해하고, 그들(작가)의 감성을 사랑하지만, 그것은 아주 깊은 슬픔을 동반하는 것이라서 저는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런 문학을 저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그 책과 같습니다. 사랑하지만, 슬픔을 동반한 것이라 다시 어떻게 사랑해야 될지 되묻게 되는 것은 똑같으니깐요... 이건 저에게 굉장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다시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다른 의미의 사랑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