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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n 26. 2017

나 자신에게 내면의 섬을 하나 만들어주고서....

'나의 테스트 씨에게....'

나는 나 자신에게 내면의 섬을 하나 만들어주고서, 그 섬을 받아들이고 견고히 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테스트 씨는 어느 날 이러한 상태의 생생한 기억으로부터 탄생했다.




테스트는 말한다.
"책 없이 이십 년입니다.
종이라곤 모두 태워버렸어요.
난 생을 말소하고 있어요....
원하는 바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이게 아니에요.
내일 원하는 바를 간직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내가 찾으려 한 것은 기계적인 여과장치였어요...."




느낌을 표현하는 일이란 언제나 터무니없기 마련이다.
내 안에서, 매번 테스트 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무언가 신기한 것들이 형성된다.
우리는 누그러진 밤길을 걸었으며, 텅 빈 공간에서 본능적으로 모퉁이를 돌아 더 넓게, 더 좁게, 더 넓게 발길을 이었다.



테스트 씨는 말한다.
" 나는 밤의 항해를 좋아하지요.
언젠가는 선잠이 들어 내가 즐기던 모든 것들, 형상이나 사물 또는 시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들을 데려와 되도록 생각이 부드럽게, 침대처럼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난 늙었습니다.
내가 늙었다고 느끼는 걸 보여 줄 수 있어요....
이제, 나는 나를 속속들이 전부 외우고 있습니다.
심장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잠과 침구의 흐름이 좋습니다.
퍼지고 주름지고 또 구겨지는, 죽은 듯 있으면 내 위에 모래처럼 내리는, 자는 동안 내 주위에 엉기는... 그런 침구 말입니다.
갑자기 내 안이 들여다보이고... 내 거죽 층층의 깊이가 구분됩니다. 
나라는 존재 속에.... 안개 낀 장소들이 생기는데, 나는 기억 속에서 어떤 의문을, 임의의 문제 하나를... 붙듭니다. 

인간에게 무엇이 가능합디까?
주제를 막론하고 잠들어버릴지니... 잠은 어떤 생각이든 이어갈지니..."

p6-33




사물들을 바라보는 기이한 시선,
알아보는 법 없고
이 세계 바깥에 있는 어떤 인간의 이러한 시선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자리한 눈으로,
이는 생각하는 자에게 속한 것이다.

번민의 시선,
알아보는 법을 잊어 비린 인간의 시선이다. 

생각하는 자는 번민하는 자요,
또는 임의적으로 선택 가능한 나사로다.
하지만 그다지 임의적이지도 않다.

테스트 씨의 끝 p137-138





테스트 씨  / 저자 폴 발레리

책방 가는 길 YES 24 http://inchan.kr/t49zypuwpx




폴 발레리(Ambroise-Paul-Toussaint-Jules Valéry)

폴 발레리(1871.10.30-1945.7.20)
폴 발레리는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세트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프랑스 시인이자 사상가, 평론가다. 세트는 그의 출세작 <해변의 묘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해양대학을 입학을 포기하고 법률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부터 앙드레 지드와 말라르메 등과 교우했고, 이른 나이에 이미 문학가로서 필력을 인정받았다. 189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법 입문>,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을 세상에 내놓고 프랑스 문단에 각인시킨다. 1897년-1917년까지 이십 년 동안 문학적 칩거에 들어가 정신의 내적 기능을 연구하고 자신의 잠재 지성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며 대외적 작품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침묵은 계속되었다. 1917년 대표작 시집 <젊은 파르크>를 발표하며 유럽 전역에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시집 <해변의 묘지>와 <나르시스 단장> 등을 한데 모아 <매혹>으로 출간했다. <바리에테>, <외팔 리노스>, <드가, 춤, 데생>등을 발표하며 평생 문학인으로 살다 1945년 생을 마감했다. 사후작으로는 시극 <나의 파우스트> 등이 있다. 



p.s 짧은 만남, 긴 여운...




좋은 리뷰 소개>>

안Ahn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moonlight823/221036964741






누구나 자신의 테스트 씨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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