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시 헤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제이 개츠비
내가 개츠비 야
대도시의 찬란한 어스름 속에서 간혹 저주받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것을 타인들에게서도 발견하였다.
흰 각설탕 더미처럼 생긴 도시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냄새 없는 돈으로 지어 올리려는 소망으로 빚어진 도시가.
본명 제임스 개츠, 그는 열일곱 살에 제이 개츠비를 창조했고, 끝까지 그 이미지에 충실했다.
너무도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발상이 한방 중에 떠오르곤 했다. 달빛이 바닥 위에 어지럽게 엉켜 있는 그의 옷가지 위를 촉촉하게 적실 때, 조악하면서 화려한 하나의 세계가 그의 머릿속에서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현실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일 수 있는지를, 이 세계의 기반이라는 것이 요정의 날개 위에도 든든하게 세워질 수 있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어떤 본능과도 같은. 운명의 북소리.
그가 원했던 것은 찬란한 별들만이 아니었다.
루이빌로 돌아가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마치 오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데이지를 사랑하도록 만든 바로 '그것'을 되찾고 싶어 했다.
그 초록빛은 거의 데이지를 만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달 주위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오래도록 품어왔던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환상의 생생함
이제 그녀를 넘어서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개츠비는 독보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 속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리고 자신의 길에 날리는
온갖 밝은 깃털로 장식해왔던 것이다.
한 남자가 자신의 고독한 영혼에 쌓아 올린 것
아무리 오래 꿈꾸어도 결코 질리지 않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영생불멸의 노래.
오 년 전의 어느 가을밤,
그들은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를 걷다가 문득 나무 한 그루 없는, 보도가 달빛으로 환히 빛나는 한 지점에 발길이 닿았다. 그들은 거기 멈춰 서서 서로 바라보았다.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변화에서 야기된 묘한 흥분이 감도는 선선한 밤이었다. 집들로부터 뻗어 나온 고요한 빛들이 어둠 속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별들과 별들 사이에 소란과 동요가 일었다.
개츠비의 눈에 힐끗 보인 보도의 조각들은 마치 사다리 같았고, 나무 위 허공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리라. 홀로 그곳에 올라만 간다면, 거기서 생명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신비로운 젖을 빨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심장은 더욱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여자에게 키스하고 나면, 형용할 수 없는 그의 비전들이 곧 사라질 그녀의 호흡에 영원히 결부되고, 그의 마음은 이제 신의 마음과도 같이, 다시는 유희와 장난의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별에 부딪히는 소리굽쇠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가 닿자 그녀는 그를 향하여 꽃처럼 피어났고, 상상의 육화肉化가 완성되었다.
포착하기 어려운 리듬과 잃어버린 단어들의 편린을.
잠깐 동안 하나의 대사가 내 입을 통해 형태를 갖추려고 시도했고, 내 입은 놀란 숨소리 이상의 무언가를 내뱉기 위해 기를 쓰는 벙어리의 입처럼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고, 거의 떠올릴 뻔했던 기억 속의 그것은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남았다.(p140-141)
오후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허망한 꿈만이 홀로 남아 싸우고 있었다.
방 건너편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려고 애쓰면서 ,
암울하지만 절망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분투하고 있었다.
잘 있어. 개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