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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l 27. 2017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

그는 다시 헤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제이 개츠비
내가 개츠비 야




개츠비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당신도 드디어 이 문제에 끼어드는 것이다. 1922년 초여름, 웨스트 에그 롱 아일랜드 대저택에서 매일 밤 파티의 흥이 더해갈수록 그는 더욱 단정해 보였다. 그는 막대한 재산만큼이나 소문이 무성했다. 달빛은 개츠비네 정원의 소음과 웃음소리를 뒤로 한채 밤을 밝히고 있었다. 창문과 커다란 문으로부터 공허함이 넘쳐나, 포치에선 채 정중히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개츠비의 실루엣에 완벽한 고독을 더했다.


간의 품위는 날 때부터 사람 나름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다른 뭔가를 놓칠 수도 있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 모든 것에 대해 판단을 미루고, 유보하여 보라. 희망도 영원해질 것이다. 어떤 순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인간 행위의 근거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개츠비의 낭만적인 인생관, 인생에서 희망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그에게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개츠비를 알게 된다.

어떤 피할 수 없는 일들의 결과, 발생한 일, 대단한 우연이 아니다.
내면의 규칙이 많은 정직한 사람이라면, 개츠비를 알아보았다.
무섭게 자라나는 나뭇잎들과 햇빛 속에서, 이 여름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대도시의 찬란한 어스름 속에서 간혹 저주받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것을 타인들에게서도 발견하였다.

흰 각설탕 더미처럼 생긴 도시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냄새 없는 돈으로 지어 올리려는 소망으로 빚어진 도시가.



아무 욕망도 찾아볼 수 없는 무심한 눈동자, 그냥 끝인 하루.  
거만하게 빛나는 눈동자, 섬뜩한 경멸이 담긴 웃음.  
그들이 한 말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  
허세, 은폐, 거짓말, 스캔들, 도박...
오만한 경쟁의식.
승부조작 그리고 찬스.

육체가 지닌 엄청남 힘.
그들은 옷을 갈아입더니 성격까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인상적인 거만함으로 변해있었다.  
웃음, 몸짓, 주장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져만 갔다.  
거칠고 자극적인 이야기들.  
채권, 보험, 자동차를 파는 낮고 진지한 목소리들.  
눈먼 돈이 넘쳐나고 있다.

잘생긴 얼굴에 완벽한 신사 개츠비는 미국인 특유의 다채로운 동작(똑바로 앉아있지 못하고 신경질적이고 즉흥적인 게임들 때문일까)으로 균형을 잡으며 서 있었다.  이런 특성은 꼼꼼하게 격식을 차리는 그의 매너와 별개로 참을성 부족이라는 형태로 드러났다. 다리를 떨면서 불안하게 손을 쥐었다폈다하곤 했다. 그의 신비로운 첫인상은 점점 사라졌다. 개츠비는 베이커를 통해 닉으로 하여금 데이지를 만날 계획을 세운다.




본명 제임스 개츠, 그는 열일곱 살에 제이 개츠비를 창조했고, 끝까지 그 이미지에 충실했다.

너무도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발상이 한방 중에 떠오르곤 했다. 달빛이 바닥 위에 어지럽게 엉켜 있는 그의 옷가지 위를 촉촉하게 적실 때, 조악하면서 화려한 하나의 세계가 그의 머릿속에서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현실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일 수 있는지를, 이 세계의 기반이라는 것이 요정의 날개 위에도 든든하게 세워질 수 있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어떤 본능과도 같은. 운명의 북소리.

그가 원했던 것은 찬란한 별들만이 아니었다.
루이빌로 돌아가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마치 오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데이지를 사랑하도록 만든 바로 '그것'을 되찾고 싶어 했다.




츠비는 타오르고 있었다. 환희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 없이도, 그로부터 뻗어 나온 새로운 행복의 광휘가 가득 비치고 있었다. 그는 데이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두 단계를 지나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려 하고 있었다. 최초의 당황과 놀라운 기쁨이 지나고, 그는 그녀의 출현이라는 기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너무도 오랫동안 이 순간을 이를 악문 채, 말하자면 믿을 수 없는 집중력으로 꿈꾸어왔던 것이다.



그 초록빛은 거의 데이지를 만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달 주위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오래도록 품어왔던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환상의 생생함
이제 그녀를 넘어서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개츠비는 독보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 속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리고 자신의 길에 날리는
온갖 밝은 깃털로 장식해왔던 것이다.

한 남자가 자신의 고독한 영혼에 쌓아 올린 것
아무리 오래 꿈꾸어도 결코 질리지 않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영생불멸의 노래.



오 년 전의 어느 가을밤,
그들은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를 걷다가 문득 나무 한 그루 없는, 보도가 달빛으로 환히 빛나는 한 지점에 발길이 닿았다. 그들은 거기 멈춰 서서 서로 바라보았다.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변화에서 야기된 묘한 흥분이 감도는 선선한 밤이었다. 집들로부터 뻗어 나온 고요한 빛들이 어둠 속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별들과 별들 사이에 소란과 동요가 일었다.

개츠비의 눈에 힐끗 보인 보도의 조각들은 마치 사다리 같았고, 나무 위 허공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리라. 홀로 그곳에 올라만 간다면, 거기서 생명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신비로운 젖을 빨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심장은 더욱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여자에게 키스하고 나면, 형용할 수 없는 그의 비전들이 곧 사라질 그녀의 호흡에 영원히 결부되고, 그의 마음은 이제 신의 마음과도 같이, 다시는 유희와 장난의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별에 부딪히는 소리굽쇠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가 닿자 그녀는 그를 향하여 꽃처럼 피어났고, 상상의 육화肉化가 완성되었다.

포착하기 어려운 리듬과 잃어버린 단어들의 편린을.
잠깐 동안 하나의 대사가 내 입을 통해 형태를 갖추려고 시도했고, 내 입은 놀란 숨소리 이상의 무언가를 내뱉기 위해 기를 쓰는 벙어리의 입처럼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고, 거의 떠올릴 뻔했던 기억 속의 그것은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남았다.(p140-141)





이지의 백치미가 흐르는 미소, 음악적인 충동을 일으키는 목소리, 빛나는 눈동자, 정열적으로 빛나는 입,  눈부신 광채로 얼굴은 처연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즐겁고 신나는 일의 연속만을 즐겼다. 즉흥적으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댈 때조차 그녀의 말투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격정이 흘러넘쳤다. 감추어둔 그녀의 심장, 그 숨 막히고 가슴 떨리는 언어 뒤에 숨어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 같다. 그녀가 마음에 드는 것은 제스처의 세계, 감정의 세계가 아니다.

데이지는 낡은 완곡어법을 경멸하는 날것, 그대로의 활기, 지름길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현란한 운명들에 겁을 먹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 놀라운 단순성 속에 뭔가 무시무시한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돈으로 충만한 그녀의 목소리. 돈, 그 안에서 오르고 내리는 매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짤랑거리다가 때론 심벌즈 소리처럼 요란하게 울려대기도 하고, 하얀 궁전의 공주처럼 저 높은 곳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금으로 만든 소녀상처럼....

그녀는 사랑, 돈 혹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현실 같은 것들, 바로 그것들은 모두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어야 했다. 저지른 모든 일을 전부 다 제 입장에서 정당화해버렸다는 사실, 경솔한 사람들, 모든 사람과 살아 있는 것들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돈이나 더 무지막지한 경솔함 혹은 그들을 한데 묶어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에 숨었다. 그리고 누군가 정리해주길 기다린다.



오후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허망한 꿈만이 홀로 남아 싸우고 있었다.
방 건너편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려고 애쓰면서 ,
암울하지만 절망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분투하고 있었다.



개츠비는 마지막 희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데이지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그때, 그의 눈에는 그녀가 점점 더 가치 있는 존재로 보였다. 그는 시간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탐욕스럽고 대담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그녀를 가졌다. 데이지에게 고의적으로 어떤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성배였고, 숨이 막힐 듯했다. 은빛으로 빛나는,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안전하고 오만한 그녀를 잘 알게 되었다...




<마무리>
개츠비는 그 오 년 전 이미 그 도시에서 가장 멋진 것, 제일 좋은 것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 모든 게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희망에 사로잡혀 헤매었다. 닉은 그를 가치 있는 인간으로 보았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철저히 은폐하고 도박 같은 인생을 산 개츠비를 옹호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다른 기준을 적용해 개츠비를 보아야 한다.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닉이란 친구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의 규칙이 많은 정직한 사람이라면, 개츠비를 알아보았다는 닉을 가리키는 말인데 닉처럼 개츠비를 알아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불편했다. 개츠비가 허망하게 죽어버리고 데이지는 흔적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사라져 버려서? 개츠비는 이미 데이지를 넘어섰다. 데이지는 하나의 금각사일 뿐이다. 사실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는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리뷰 http://roh222.blog.me/220752506656



너무 재미없어서?를 걱정한 김영하 작가의 해설 편(죄송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이 있다. 나도 이번이 3번째 시도에 참을성 부족으로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너무 개츠비가 궁금했다. 대체 개츠비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다. 왜 개츠비여야만 했는지 궁금했다.

이 여름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닉의 시선이다. 닉의 시선으로 개츠비를 해석한다. 개츠비의 얼굴에 모든 걸 이해한다는 찬란한 미소가 퍼진다. 그는 자신의 영원히 더럽혀질 수 없는 꿈을 숨긴 채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닉처럼 개츠비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  갯츠가 개츠비가 되어서 비로소 완성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완성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개츠비가 보였다.



잘 있어.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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