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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Aug 28. 2017

책사냥꾼 하바 요시타카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우리 독서해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좋다.

- 훌리아 -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저자/하바 요시타카                                                 

출판 /더난출판사                                                 





근데 엄마랑 같이 오면 <점프> 못 사요?
그럼, 갖고 싶은 책은 제 발로 찾아야지.
앞에 온 애는 엄마 차로 왔잖아.

- 히바 요시타카가 살았던 시골의 옆 동네
담배가게에서는 책도 팔았다.
할머니의 묘한 직업정신 -









젊은 날의 코르시아 디 세르비 서점을 서서히 잃는 것으로 우리는 차츰 고독이 예전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던 황야가 아님을 알았다.

- 스가 아쓰코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마리오 자코멜리Mario Giacomelli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 © Simone Giacomelli






이미 봤다고 믿는 사람에게 공통되는 맹목성. 시선을 씻는다. 망막의 기능에 의존하지 않는 시선. 황홀한 시선.

- 루이지 기리 -






©Luigi Ghirri






책을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암호나무> The Street of Crocodiles and Other Stories


The Street of Crocodiles and Other Stories




책장에 놓인 제목을 보면
책에서 확장되는 세계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알 수 있다.

- 하바 요시타카 -





<...>
졸면서 본 책이다. 글보다 사진 한 장을 더 들여다봤다. '이렇게 읽어도 괜찮은 책'이란건 내가 지어낸 말이다. 제대로 읽을 수 없었지만, 읽고야 말겠어! 반쯤 감긴 눈으로 기어코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그래서 사실 저자가 무슨말을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책을 읽어도 좋지만, 읽지 않아도 된다. 세상을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에 의미가 없을 것이란 말에 나도 조금은 동의하게 된다. 어떤 의미를 찾았던게 사실 이상한 일이다. 책으로 대체 뭘 어쩌겠는가, 글을 써서 뭘 어쩌겠는가 이런 의문의 말을 남긴다면 당신과 나는 이 별 위에 다정하게 누워 있을 것이다.

읽고 있는 나를 생각해본다. 로맹 가리 <마법사들>은 서랍 안에 뒀다. 꺼내서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서랍 속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어서 일을 해치우고, 해치워버리고, 보내버리고, 어서 읽어야지 마음먹었는데.. 일주일이 가버렸다. 오늘은 서랍 속에 두고 오기까지 했다. 만나긴 더 어렵겠다. 첫 장의 첫 줄도 아까워서 읽지 않았다. 책 사냥꾼은 아마도 이렇게 좋은 먹잇감을 좀 더 몰아세워서 쫓고 있지 않을까? 쉽게 먹어버리면 참 맛이 없을지도!

하바 요시타카(42세)의 사진 이야기가 좋았다. 책 속의 사진,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난 목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북 디렉터 다운 책 소개였다. 서점에 오지 않으니 자신이 책을 가지고 사람을 찾아가는 일을 한다고 한다. 책 읽는 사람은 그림같이 책을 보고 음악을 듣듯이 책을 읽는다. 그림을 모르는 내가 빈센트 반 고흐가 궁금해 어떤 책을 조금 읽어서 그의 비하인드를 알게 되었다. 또 다른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같았다. 지식? 교양?을 위한 정보도 나는 좋다.

책으로 인해서 나는 많이 변했는데, 사실 많이 드러나진 않는다. 그래서 오해도 받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좀 더 상세히 말해줬더라면 그런 오해를 덜 받았을테고, 상대방도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줬을지도 모른다. 그런 여지를 남기지 못하고 처음부터 싹을 자른 것이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내가 애초에 나누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책을 좋아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는 책을 좋아해. 그리고 너도 좋아해)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 않다. 음악 감상이 취미인 것처럼.
하지만 지식을 위한 독서, 교양을 위한 음악은 이제 멈추어도 되는 시대가 아닐까.
외부기억장치로는 발견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체험을 주는 독서와 음악 감상의 기회.이런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만 나뒹구는 세계가 되어버린다.

 -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하바 요시타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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