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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04. 2017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안녕, 초지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주로 만드는 고이즈미 사요의 에세이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아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시기였어요. 베란다에 잠깐 빨래를 널러 나간 사이, 식탁 의자에 앉혀 둔 아들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울음소리가 뚝 그치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서 와 보니 평소 아들이 울음을 터트리면 줄행랑치기에 급급하던 초지로와 라쿠가 식탁 위에 올라와 앉아 있지 뭐예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초지로와 라쿠가 있어 주었기에 아들이 울음을 그친 건 분명해요.

고이즈미 사요 - <안녕, 초지로> p12  중에서....







10년을 키운 고양이 초지로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저자는 이 이야기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나 봅니다. 초지로와 라쿠 남매의 첫 만남, 10년이란 시간 동안의 소소한 에피소드, 사랑, 행복을 나누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란 시간에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더욱 아끼고 사랑해줍니다.


점점 나이 든 애완동물들과의 이별이 찾아오고 있어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소재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여러 번 이별했고, 또 이별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 <안녕, 초지로>를 읽으면서 마지막엔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거든요. 알면서도 담담해지지는 않는 것이 영원한 이별인 것 같습니다. 울어야지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이별입니다. 동물도 사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어요. 물론 다른 경우이지만, 계속 저는 같은 마음이 돼버렸어요.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내게 사랑을 준 존재를 잃는다는 건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이즈미 사요 www.sayokoizumi.com 홈페이지



고이즈미 사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초지로 앞에서 절대 울지 않기.
평소처럼 대하기.
많이 예뻐해 주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초지로에게 좋은 기운 보내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간병을 하기.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도 눈물이 멎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아들한테 미안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밤마다 초지로와 같이 자는 시간이 눈물 날 만큼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별의 그날이 찾아왔을 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초지로를 불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셀 수 없이 말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춥니다.


가족과 이별할 때 남기는 메시지는 같은가 봅니다. 우리는 이별할 때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고맙다 말하고 입을 맞추고 진심으로 꼭 안아주며 그 사람과 이별하니깐요.


저는 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동물은 동물,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은 사람으로 대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 어떤 순간에도 동물을 사람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재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몰상식한 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은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동물이 죽었을 때 관을 만들고, 화장을 하고, 사진을 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지만, 제가 그렇게 하리라곤 생각되지가 않아요. 본가에서 키우는 우리 집 강아지는 부모님 판단으로 하실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요. 저는 어떤 개입도 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제가 직접 키우고 보낸다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사실 이별이 싫어서 키우지 못하리라 예상하지만요. 그래도 직접 키우게 된다면 정말 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게 키우고 이별한 분들은 다시 분양받거나(맞는 표현인가요?) 입양을 하시더라고요. 또다시 사랑, 행복을 시작하는 것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걸 해내시는 분들이에요. 저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끝까지 책임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시리라 생각해요. 다만 아직도 버려지는 애완동물들이 많고, 안락사되는 동물들이 많다는 점에서 안타까워요.


저는 많이 사랑할 준비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더욱 사랑할 수 있을 때 직접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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