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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5. 2017

작가의 운명은 말이죠...

보르헤스의 말

자기 앞에 끝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그는 배를 그리고
닻을 그리고
탑과 말과 새를 그린다.
마지막에 그는
자신이 그려온 것들이 
자기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가 뒤에 남기는 것은 자기가 써온 글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
자신의 글에 그것이 덧붙여지는 것이다.
각각의 글은 빈약할 수 있으나
그 총합은 작가가 남기는 자신의 이미지인 것이다.
그게 작가의 운명.

나는 인생이,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탈출할 수 없고 그저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요.
구원은 우리에게서 차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나의 구원은 글을 쓰는 데 있다고, 꽤나 가망 없는 방식이지만 
글쓰기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계속해서 꿈을 꾸고,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셨던 충고와 달리 무모하게 출판하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게 내 운명인걸요.

내 운명은 모든 것이,
모든 경험이 아름다움을 빚어낼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실패했고, 실패할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삶을 정당화할 유일한 행위니까요.
끊임없이 경험하고 행복하고 슬퍼하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는 수밖에요.

나는 늘 이런저런 일들에 어리둥절해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 경험으로부터 시를 지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많은 경험 가운데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답니다.
나는 새 책을 적게 읽고,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건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군요.

<보르헤스의 말> 중 p 135-136, 152-15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8.24-1986.6.14 (20세기를 대표하는 중남미의 소설가)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이다.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도 영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고 한다. 1955년부터 1973년까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관장직을 맡기도 했다. 연작 형태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독특한 소설 《픽션들》로 유명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도시의 아방가르드(남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극단적인 모더니즘 운동)'를 주도했다. 1930년대에는 단편 소설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등 주로 산문을 쓰면서 문학 세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은 작품집 《픽션들》(1940)과 《알렙》(1949)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시와 논픽션, 이야기체의 수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후기 작품 중에서 《칼잡이들의 이야기》(1970)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보르헤스는 시인으로 시작해 기호학, 해체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문학사 키워드다. 그는 환상문학 전반에 관심이 있어서,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우,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와 같은 탈모더니즘적인 문학에 깊은 소양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단편소설은 다시 쓰기, 혹은 추리 소설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보르헤스는 착상을 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그 착상을 서술한 책이 있거나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후 그 사실과 책, 인물에 대해 평을 하는 식으로 적는다. 그 사실과 인물, 책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추리 소설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그리고 서술이 핵심에 닿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문장을 끝내 문장과 서술, 상상의 갈증을 표현한다. 이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경이로운 현관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둘러보니 집이 없었다"고 평했다.

(다른 이야기) 독서가 시력 약화에 한몫한건 사실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유전 때문이라고 한다. 부계 쪽 혈통이 문제. 보르헤스의 아버지는 보르헤스가 벽안(어머니가 벽안이다)인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으나, 보르헤스가 성장하면서 벽안에서 갈색 눈으로 바뀌는 걸 보고 운명을 직감했다고한다.

- 나무위키 발췌 -



시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Fervor de Buenos Aires, 1923)
앞의 달(Luna de enfrente, 1924)
산 마르틴 노트(Cauderno San Martin, 1929)
시선집(Poemas, 1943)
시선집(Poemas, 1958)
시선집(Obras poeticas, 1964)
여섯 개의 현(밀롱가곡)을 위하여(Para las seis cuerdas(milongas), 1965)
타자, 그 자신(El otro, el mismo, 1969)
심오한 장미(La rosa profunda, 1975)
동전(La moneda de bierro, 1976)
암호(La cifra, 1981)
음모자들(Los conjurados, 1985)
단편소설집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 1935)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in de senderos que se bifurcan, 1941)[14]
이시드로 파로디를 위한 여섯가지 문제(Seis problems para don Isidro Parodi, 1942 공저 Adolfo Bioy Casares)
픽션들(Ficciones, 1944)
알렙(El Aleph, 1949) 
브로디의 보고(El informe de Brodie, 1970)
칼잡이들의 이야기(El informe de Brodie, 1970) 
셰익스피어의 기억(Veinticinco de Agosto de 1983 y otros cuentos, 1983)
수필집
심문(Inquisiciones, 1925)
내 기다림의 크기(El tamano de mi esperanza, 1926)
아르헨티나인들의 언어(El idioma de los argentinos, 1928)
에바리스토 카리에고(Evaristo Carriego, 1930)
토론(Discusion, 1932)
영원의 역사(Historia de la eternidad, 1936)
시간에 대한 새로운 반박(Nueva refutacion del tiempo, 1947)
또 다른 심문(Otras Inquisiciones, 1952)[15]
단테적인 아홉개의 에세이들(Nueve ensayos dantescos, 1982)
기타
상상동물 이야기(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 1967)
보르헤스 강연집(Borges oral, 1979)
7일 밤(Siete Noches, 1980)






아무말도 덧붙일 수 없지만, 작가의 운명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미지를 쫓는 나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가.

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쓸쓸해지는 이유일까.

다시 좋은 책을 찾아 읽고 다시 쫓아갈테지만

새롭게 읽어갈 수 있는 다른 원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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