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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Nov 09. 2017

음악은 비장한 시간의 섬이다.

파스칼 키냐르 음악에 바쳐진 <부테스> '언어 밖으로 뛰어내리다'

* 부테스 누구인가?

부테스는 노를 놓고 일어선다.
갑판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린다.
춤을 추듯 넘실거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멈출 수 없다.
뛰어내림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시간의 초월이기 때문이다.
돌진(낙하)의 순간에는 '지금'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부절된 언어에 앞서 존재하는 노랫소리
애도에 잠긴 '길 잃은 본성'으로 다이빙한다.
무조건 뛰어내린다.
부테스가 뛰어내리듯 그저 뛰어내릴 뿐이다.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이 고통의 밑 바닥에 닿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곳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슬픔의 세계 끝까지 갈 용기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음악이다)

음악은 아무것도 재-현re-present하지 않는다.
다시 느낄re-sent뿐이다.
음악이 없다면, 우리 가운데 어떤 이들은 죽을 것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춤이다)
그렇다면 춤이란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이 일어서는 욕망이다)

본래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물로 뛰어드는 욕망이다.
(부테스)
음악은 생명 유지의 원초적 조건으로서 육체를 끌어당긴다.

음악은 어떻게 사고思考하는가?
사고 안에서 어떻게 전진하는가?
진정한 음악가는 언어의 끈을 놓아버리는 자들이다.
음악은 원래의 존재 안으로 들어간다. 

음악은 우리를 감싼다.
우리에게 스며든다.
바다처럼 광대무변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비장한 시간의 섬이다.


부테스 : 본래의 조건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죽는 것이다.


* 부테스 : 바다에서 죽은 자 이다. 부테스Boutes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라고도 한다. 이아손 등과 함께 황금의 양털 가죽을 찾는 아리고호의 모험에 참가했는데, 세이렌(여자의 젖가슴을 지닌 새의 오래된 목소리)의 노랫소리에 홀려 아르고호의 선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키케로-로마시대 철학가-의 말에 따르면
언어에는 의미작용 아래로
영혼에 스며드는 잠재된 음악성이 있다.
순수한 브라스모스-발효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그것은 사람들의 혀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터 느껴진다.

- 파스칼 키냐르 -



부테스              

저자 파스칼 키냐르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7.07.27.




파스칼 키냐르의 신작 음악에 바쳐진 <부테스>다. 작가는 무모한 부테스라는 인물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기회, 이런 작은 분량의 책 속에서라도 작가 스스로 온전히 부테스를 느끼려한다. 아주 잠깐, 책 한 권의 읽는 시간 동안 부테스를 알아간다.

그는 언어를 말하는 존재안에서 음악이란 티레니아 해의 '세이렌들의 섬 같은 것'이라 한다.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대기로 혹은 허공으로 혹은 바다로... 뛰어든다. 로맹 가리, 파스칼 키냐르 세이렌을 그린다. 죽음으로 뛰어내린 게 아니라, 시간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라 한다.


흰 산은 정말 세이렌 같은 존재다.
당신을 부르고, 당신에게 약속한다. 정상들을. 하늘을.
조금만 뭣하면 생각이 신을 향하게 된다.
그것은 고도의 문제다.

- <게리쿠퍼여 안녕> 로맹 가리 -


<은밀한 생>에서 파스칼 키냐르는 자기 최면상태 돌아올 수 없는 여행 갈구하며 뛰어드는 것을 말할때 <부테스>를 떠올렸다.  동시적인 리듬, 위아래 구분없이 끝없이 들려오는 리듬에 영혼을 빼앗긴다. 왜 육신을 던지나?


한 인간의 육체는 초라하고 기이하고 허약하고
고독한 필멸의 연안이다.

거의 물고기, 거의 새
이것이 바로 부테스의 모습이고
세이렌들의 모습이다.


아프로디테와 부테스는 바다에서 '태어난' 자와 바다에서 '죽은' 자이다. 부테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아프로디테의 거품 속에서 익사한다. 파스칼 키냐르 이름을 불러 소환한다. 사라진 도시를 세우고 신화를 부르게 하고 죽은 사람을 등장시킨다. 자연의 시간이 철학의 세계로 불현듯 귀환되고, 대지의 시간이 세속의 시간 속으로 뛰어든다.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하자
죽음이 솟아오르고
그는 책을 내려놓는다.

온갖 교양 활동 가운데 음악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오직 달의 운행만이 음악에 선행한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줄곧 절대 되돌려지지 않는 다이빙이다. 낙하는 육체의 어떠한 후퇴가능서도 배제함으로써 내면의 미련을 모조리 제거한다. 그(부테스)가 가지 못했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두 종류의 음악 : 구원의 음악과 파멸의 음악이다.  분류기준은 귀환의 가능성 여부다. 하나는 귀환을 제거한다는 정의를 내린 파멸의 음악이고 다른 하나는 구원의 음악이다. 부테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집단에서 이탈한다.

그런데 파스칼 키냐르의 다음책 <음악혐오>는 무슨 이야길 하려고 한 것일까?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파스카 카냐르가 음악에 대해 쓴 아홉번째 책이며, (아마도) 마지막 책이라니...



기원전 470년경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파에스툼 무덤 석실의 천장에 그려진 '다이버'가 있다. 한 남자가 두 손 모아 쭉 뻗고 물 속으로, 죽음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파스칼 키냐르는 부테스를 파에스툼의 다이버의 원형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사회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한 세이렌의 노랫소리, 파멸의 음악을 옹호한다. 은폐된 본래의 음악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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