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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y 17. 2018

고독사

슬퍼 죽는다는 말 알아?

나는 곧 그럴 것 같아

당신 없이 분명 그럴 거야

(아니라고?)

(당신이 어떻게 알지?)

난 슬펐는걸

오래 버티긴 어려울 거야

(거짓말이라고?)

(잘 버틴단 말이지 내가?)

당신이 내 숨구멍인걸
당신이 없으면...

나는 숨을 어디로 쉬나
숨 쉬는 걸 잊을 것 같아
시간이 짧으리라 생각해
어쩌면 나 홀로 길게 살아내야 할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에 조급해져
생각이 멈출까 봐


세상과 나

중력의 힘을 나 혼자 느껴

이렇게 나 홀로

당신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낼 수 있을까

잠들기 어려워

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모든 게 그냥 흘러가

밤이 되고

새벽이 되었지

눈을 뜨고서 알았어

당신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앞으로 계속 이런 아침이 되리란 것도...

다시 밤이 되면

잠들어야 하는 밤이 싫겠지



내 시선은 흐릿해

차가워진 몸을 뜨거운 커피 한 모금으로 달래고 있어

스카프는 목을 감쌌지

발목은 여전히 시려

아직 어떤 인사말도 못했어

내 입은 꾹 닫혀있어

누군가 내게 다가오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이런 상태겠지

더 나아가는 것도 이젠 의미가 없어졌어

더 나빠질 것도 없어

모르겠어

갈수록 당신 없는 나는 상상할 수가 없어

어제 당신 없는 하루가 너무 길었고

잠들 수가 없었어

당신 없인 뭘 하나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어

나는 당신 공화국에 사로잡혔지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뭐지

심장이 조각나는 것 같아

모두가 이별을 하고 어떻게 살아내지

나는 몰랐어

모두가 이별에 버티고 있는걸

나는 어리석었어

알고 있었어

아주 먼 일이 되길 바랐지

그런데 좁혀오는 것 같아

나도 버텨야 된다는 걸 알았어

이별하고도 살아내겠지

당신 말이 맞아

나도 살아내겠지

당신이 내 숨구멍이었다고 해도

당신이 없어지더라도

내가 숨쉬기 어렵다고 해도

나는 버티고 살아내겠지



흘러가는 시간을 느껴

어서 흘러가버렸으면 싶기도 했지

그러면서도 생각이 멈추기 전에

더 생각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내 생각이 멈추면

나도 나와 이별해야겠지

시간은 하나의 큰 덩어리이고

우리가 샘 하는 그런 시간은 아니지 싶어

우리는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고

원소가 되는 것이고

영혼은 시간 속으로 가는 거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한편으론

나는 그냥 깜박 길을 잃는 거라고 생각해

다시 눈을 뜨고 태어나는 것이겠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 속에서는

우리가 없겠지

보고 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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