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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n 30. 201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by 조르바

2018.06.28 : 비

며칠째일까, 오늘 아침도 어제처럼 비가 내린다.

또 힘든 내 하루의 시작이다.

나는 아무 의식도 없이 무거운 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우산 이것 하나에 내 몸을 맡긴 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거센 비 줄기.. 도로 위 빗물이 내 신발까지 삼켜버린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로 서리 낀 안경을 닦는다.

앞이 더 보이지 않는다.

비에 젖은 내 몸은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내 몸을 끌어당긴다.

날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다.

언제부턴가 난 이 비가 싫어졌다.

이젠 그 이유조차도 모른 채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이 비는 내겐 즐거움이었는데, 가끔 그 기억을 꺼내보려 애써도 기억조차 희미하다.

오늘도 늪에서 빠져나와 내 몸을 사람들 속에 숨긴다.

아무도 날 알지 못하게. 그런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이 사람들도 나와 같겠지. 나처럼 남들이 모르게 숨기고 있겠지.

내일도 비가 오면 어떠할지...

난 언제쯤 이 비의 즐거움을 다시 기억할까...




2018.06.29 : 악몽

내 주위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꺼져가고 있다.

이건 서서히 검은 그림자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오늘 밤도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내 주위에 불빛들은 하나둘씩 다 꺼지고 오로지 내 방 작은 스탠드의 불빛만으로 나 혼자 그를 맞이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내게 반갑게 인사하지만, 그 미소가 두렵다.

그의 인사를 거절한다.

순간 이 적막감을 깨는 듯이 벽에 걸린 괘종시계 소리가 형을 집행한다.

두렵다.

겁이 난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내게 남은 유일한 불빛을 꺼보려 용기를 내어본다.

쉽지가 않다.

그와 대치하는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또다시 형을 집행하는 괘종시계의 소리가 내 방 전체에 울려 퍼진다.

난 어쩔 수 없이 내 마지막 불빛을 꺼보려 한다.

불빛은 꺼지고 내가 준비할 틈도 없이 빠르게 내 방에 손님이 찾아든다.

그 손님은 내 머리 위 천장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다.

난 두려움에 침대에 머리 박고 돌아 눕는다. 그리고 내게 찾아든 이 손님을 받아들인다.

참새처럼 재잘되는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다.

그제야 난 다시 눈을 뜬다.

내게 찾아온 손님은 온데간데없고, 내방이 빛으로 가득하다.

아침이다.

이제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런데 말을 듣지를 않는다.

마치 달리는 차에 맨몸으로 강하게 부딪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다.

이 빛이 다 가기 전에 일어나야 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려 한다.

칼로 난도질한 듯이 머리가 아프다.

내 머릿속에 기억들이 뒤죽박죽 얽혀있다.

힘을 내어 머리맡에 놓인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나를 일으켜본다.


서둘러야 해!

이 빛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저기 사람들 속에 들어서야 해!

....


참새 소리처럼 재잘되는 소리도 조금씩 사라지고 불빛들도 하나둘 켜져가고 있다.

등줄기에서 땀 한 방울이 이내 흘러내린다.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두렵다...


by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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