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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9. 2015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

아니 에르노_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


열정에 단순한 것이 있었던가? 이 질문의 답은 아니 에르노 스스로 내린 사랑(불륜)의 명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으면서 솔직히 불편했다. 자신의 경험담 그것도 불륜에 대한 이야기여서 나의 도덕적 판단이 끼어들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 때문이었다.(불필요한 고민이기도 했다. 소설은 내 판단 이전에 전적으로 소설 그 자체로 보아야함이 옳을 뿐이다.) 예전에 어떤 배우가 자신의 농밀한 성에 대한 책을 썼다가 여론에 뭍매를 맞은 기억이 난다. 이게 그것과 다르냐? 묻는다면... 난 그 책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고 말할 것 같다.



아니 에르노의 글은 언제나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난 그녀의 글이 좋다. 이것은 진짜인 소설이다.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다. "이 글은 자서전 입니까?" 그녀는 '소설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모든 책이 출간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녀의 소설은 읽는 사람의 판단에 맡겨지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이 글이 남들에게 읽힐 기회가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읽었고 또 누군가도 읽을거라 생각한다.



첫사랑 중엔 이별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이 물어익어 갈땐 때론 이별도 함께 생각하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불어닥칠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깐.. 이런저런 이별방식을 한번씩 다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편인것 같다. 아니 에르노 그녀가 사랑한 2년 동안 그녀가 느꼈던 강렬했던 열정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그 사람이 있었을 때이다.  다시 재회한 그 남자는 그녀에겐 더이상 강렬했던 그 열정을 주던 그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준 어떤 것을 글로 드러내 보였을 뿐이다. 



나에게 이런 사랑은 아직 어떤 식으로든 결론 낼수 없는 그런 사랑이지만 아니 에르노의 글은 읽는 내내 어떤 것을 들여다보게 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알 수 없는 침묵과 멍한 시선 속에 드러나는 육체적 욕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이들은 그런 순간에 빠져 있는 엄마를 늙은 수코양이를 따라다니는 발정난 암코양이쯤으로 생각할 뿐이다.

**『마리 클레르』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젊은이들은 이혼했거나 별거중인 어머니가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하고 있다. 한소녀는 원망에 가득 찬 말투로 "엄마의 애인은 엄마가 허황된 꿈만 꾸게 만들어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로운 엄마에게 그보다 더 위안이 되는 일이 있을까?(원주) (p22)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그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p24)



이런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을 나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이 씌어지는 때와 그것을 나 혼자서 읽는 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 때, 이미 시간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터이고, 어쩌면 남들에게 이 글이 읽힐 기회가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들이 읽게 되기 전에 내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상의 차이 때문에 나는 마음놓고 솔직하게 이 글을 쓸 수가 있다. 중략(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일 뿐이니까.) (p38-39)



그사람이 나를 찾아온 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게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1월 20일부터 그 사람은 이미 우리의 이야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날 저녁 홀연히 왔다 간 그 남자는 예전에 그가 여기 있을 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 내 글 속의 그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그 사람이 돌아왔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거의 실재하지도 않았던 일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내 열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었고, 지난 2년 동안 내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지냈음을 확인시켜주었다.(p71)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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