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훌리아 Jan 01. 2019

독서에서 무엇을 찾나요?

<파스칼 키냐르의 말> '읽기' '쓰기' '동시대 작가들'


독자와 책이라는 물체는 이상한 운반을 통해 서로 이어져 있어요.

책의 내용과 영혼 사이를 전속력으로 통과하는 목소리는 없는데, 불확실하지만 무엇인가가 전달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쓴다는 것, 쓰는 것은 주는 게 아닙니다.

쓰는 것은 머릿속에서 연필로 찾는 것입니다.

강철 펜들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지요.



저는 쓰면서 밖에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니면 읽으면서만 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책이 쑥 나와요.




저는 언어를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문학을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문자를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영혼을 사랑하지 않아요.

저에게 지시 대상 referent 이란 자생한 것 originaire, 오로지 그것입니다.
흐르다 고인 것 같은, 침하성 hypostase의 위상을 갖는 실체들은, 가령 문화와 같은 것들은 저의 지시 대상이 될 수 없어요.
자생한 것만큼 숭고한 것은 없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 '읽기' 중 p87





저는 흔적을 탐색하고, 먹이의 냄새를 쫓고, 욕망하는 짐승을 탐욕스럽게 먹고, 꿈속에서 그토록 욕망했던 것들을 형상 조각으로나마 환각으로 보고, 동굴 벽면에 그것을 새기고, 모든 것을 분리하고, 미분하고, 원자화하고, 분석하고 해독하는 일들이 독서 행위보다 더 먼저 있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독서보다 훨씬 깊고 훨씬 동물적이고 훨씬 본래적인 것입니다.

훨씬 혼란스럽고 훨씬 불안하고 훨씬 불확실한 것이기도 하고요.

독서보다 상류에 있던 이런 '같고 다른' 경험을 독서에서 느끼는 것, 그것이 진짜 독서일 것입니다.

 






아니 에르노 /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는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또 아니 에르노에 대해서는 우정과 찬미를 동시에 느껴요.
여기에도 어떤 유보 조항이 없지요.
쓰는 방식, 고집, 정직성, 노골성, 격렬성.
또 그 작품들의 아름다움과 명확한 간결성.
<단순한 열정>도 <탐닉>도 정말 좋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 '동시대의 작가들' 중 p107




아니에르노 <단순한 열정> 리뷰 : https://roh222.blog.me/220267907256



마르그리트 뒤라스<고독한 글쓰기> https://brunch.co.kr/@roh222/380









**

나의 생각



저에게 파스칼 키냐르는 남성이지만 여성에 가까운 느낌, 그러나 여성을 제3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그래서 같은 동성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가 느끼는 그것은 자궁으로 이어진 아주 긴 이어짐. 그것이 시간인지, 역사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어져서 자신이 깨닫는 무엇을 느끼죠. 저는 여성이면서도 그를 통해서 여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내가 여성이면서도 여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자궁이 집이고 그래서 외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내부에 있음을 느꼈죠. 파스칼 키냐르가 외부에서 본 제3자 입장과 정반대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로맹 가리와 파스칼 키냐르는 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것은 어쩌면 제가 느껴야 할 것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여전히 그 두 사람이 무척이나 좋지만, 마르그리트 뒤라스나 아니 에르노가 말하는 여성은 무엇인지를 더 알고 싶었습니다. 



제가 제 여성성을 알지만 말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느껴지거든요. 더 찾아야 할 필요성도 있고요...  여하튼 파스칼키냐르가 제가 좋아하는 두 작가에 대해 말해주어서 기뻤습니다. 그가 좋아한 두 작가가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뭔가 이어지는 느낌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저는 제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을 발췌하고 기록해서 작가의 생각을 알아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결국 제가 알고자 했던 것들이라고 여기죠. 그거 말고는 더 이상 스토리가 중요하지도 않아졌고, 결론도 더 이상 상관이 없어졌어요. 생각이 어디에 닿아서 머물렀는지, 그리고 방향을 짚어낼 뿐입니다.



독서에서 무엇을 찾나요? 저는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이 있어요. 저는 책을 읽을수록 빠져들수록 헤어 나올 수 없을수록 책이 좋으면서도 까마득하고 어쩔 수 없이 읽고야 마는데.. 왜 그럴까요. 제 감상이고, 발견이고, 제 생각의 기록이며, 그래서 그뿐인데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책에 대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귀를 쫑긋 세울듯합니다..





**

훌리아 문학방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http://roh222.blog.me/2213967134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