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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17. 2015

수레바퀴 아래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당황한 나머지 수레바퀴에 치인  달팽이처럼...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에서 Unterm Rad 


한스는 갑작스레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엠마가 빨리 가버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리를 뜰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웃기도 하고 , 재잘거리기도 하고, 어떤 농담이라도 재치 있게 슬쩍 받아넘기는 것이었다. 한스는 부끄러운 나머지 그만 입을 꼭 다물고 말았다.


<당신>이라는 존칭을 해야 하는 젊은 아가씨들과 사귄다는 것이 그에게는 어쩐지 끔찍하게 여겨졌다. 더군다나 이 아가씨는 지나치게 활달한 수다쟁이였다. 더욱이 그녀는 한스가 옆에 있거나, 그가 수줍어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당황한 나머지 수레바퀴에 치인  달팽이처럼 촉수를 움츠리고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짐짓 싫증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방금 누군가가 죽기라도 한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소년 그리고 소녀 들의 마음.. 딱딱하고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간 달팽이처럼 속은 여리고 여려서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사는 아이 그리고 어른 아이..


옮긴이의 말이 '우리는 수레바퀴 아래 깔린 달팽이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명을 짊어진 수레바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해준다.


한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야기의 끝이 무척 궁금하다.. 그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학교에서 만난 친구,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학교, 기계공이 되어야만 했던 그 소년은 이제 울지 않고 있을 까. 죽을 생각은 그만 두었을까. 낚시는 시작했을까....


아주 깊은 내면의 어딘가 까지 와 닿는 것 같이 작가가 나를 이해한다고 느낄 만큼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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