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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23. 2015

습작#04.그림자 상상_소년, 어른이 된다면

멀리서 들려오는 아득한 울림 기억하게 될까?

사라지게 될 유년기만을 몽상하는 것처럼...


(#초안)

코끼리 코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싶다. 얼마나 클지 얼마나 무서울지 나는 지금 상상한다. 비가 보슬보슬 내려 땅이 부드럽게 솟아올라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득한 울림은 여기가 밀림이었으면 싶다. 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아는 곳에 아이들 몇몇이 모여 앉아있다. 되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저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모른 척하곤 옆으로 갔다. 그중 내가 아는 아이도 있었다.


"안녕 Mark, 여기서 뭐해?"


마크는 까만 눈썹이 성이라도 난 듯 치켜세우곤 이내 고개를 숙이며 건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녀석은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우리가 하는 거 볼래?"


Mark와 아이들은 비 내리는 숲 속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에이씨! 왜 이렇게 안되는 거야, 야, 종이 있으면 줘봐!"


그 옆에 살찐 아이가 껌종이를 꺼내 들며 건네주었고 Mark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데 성공하는 것 같았다. 불이 붙자 아이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불씨가 된 종이를 나뭇가지에 옮겼다. 이내 작은 불길이 일었다.


"와~ 붙었다! 불이 붙었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머리를 한대 모아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더 끌어모아 넣었다. 눈을 다른 데로 돌리면 꺼지기라도 할듯 쏘아봤다. 그러나 불씨는 흰 연기를 뿌옇게 흩날리며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불장난을 하면 오줌을 싼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되려 오줌싸개라고 놀림을 당할까 싶었다. 얼마 전에 Jane이 준비물로 가져갔던 돋보기를 거실에서 가지고 놀았다. 거실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모았다. 퐁고와 퍼디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퐁고와 퍼디가 사는 종이 상자를 살짝 태워버렸었다.


Jane은 부엌으로 가서 Jack을 도왔기 때문에 둘은 모르는 일이었다. 알았다면 당연히 혼쭐이 났을테다. 절망적인건 그날 밤 큰 일을 내고 말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이 사실을 마크와 아이들이 모를걸 생각하니 조금 답답해졌다.


"Mark,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비가 점점 더 내릴 것 같거든.. 돌아가는 게 어때?"

"그래 오늘은 더 이상  안 되겠어. 다음에 다시 하자. 애들아 우리 집에 가서 더 놀자"

"Tom 너도 와도 돼"


우린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Mark의 집으로 뛰어갔다.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온몸으로 Mark의 집으로 뛰어들자 Mark mummy는 우릴 보곤 말했다.


"장난꾸러기 생쥐군단들!"


우리 모두 Mark mummy가 일일이 수건으로 닦아 주고 따뜻한 우유를 한 컵씩 마시라고 줘서 차갑던 몸이 따뜻해질 수 있었다. 나는 집을 둘러보았다. Mark는 내 또래 아이 치곤 터프하다. 큰소리로 말할 때면 가끔 놀랄 때도 있지만 지금은 괜찮다. 재법 큰 아이들이 괴롭힐 때면 큰 눈으로 째려보고 다가서며 한판 싸울테세도 한다. 가끔 그런 Mark의 편을 들어서 씩씩하게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오늘은 Mark 할아버지께서 안 계신가 보다. 난 Kuhn 할아버지를 참 좋아한다. 작은 소리는 잘 못 들으시지만 옛날이야기를 정말 재밌게 들려주신다. (Mark의 목소리가 큰 이유 기도하다) 그냥 Mark의 집이 좋다. 우리 집도 좋지만....우유와 쿠키를 다 먹곤 Mark의 방이 있는 이 층으로 올라갔다. Mark의 방은 내 방보다 약간 더 크고 책장이 두 개 있다. 책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빽빽하게 꽂혀있다. 저번에 왔을 때 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았다.


다소 의외긴 하지만 터프한 Mark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이다. 커서 검사가 될 거라고 한다. 검사가 나쁜 사람 잡는다고 머리가 똑똑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다며 자신에 대해 말하곤 했다. 사실 난 아직 꿈이라고 생각한 것이 없어서 Mark에게 나도 커서 분명 멋진 어른이 되겠다고 우리 그때 다시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었다....


우리는 Mark 방에서 레슬링 게임을 하다가 지쳐서 누웠다가 다시 칼싸움을 하다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놀다가 저녁시간이 다 되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난 꿈속에서 마크와 어른되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신이 나서 마크에게 말했다.


"난 이쪽 넌 저쪽 산을 타서 각자 오른 산 꼭대기에서 보는 거야!"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산이 수월하게 오르는 것이었다. 몸이 붕 떠오르는 것 마냥 정상에 올랐고 마크도 정상에 올랐는지 시야에 들어왔고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아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서 웃었다. 잠결에 이건 꿈이다.란걸 알았지만 깨어서도 계속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나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나고 목이 붓고 기침도 나기 시작하더니 한주를 그냥 앓아 누워버리게 되었다. Jack과 Jane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Jack 삼촌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다시는 비를 맞고 다니지 않기로 약속해 다오"

"다신 안 그럴게요."

나도 미안함을 담아 Jack을 꼭 끌어안았다. 이제 몸도 거의 다 나았고 나도 집안에만 있었더니 너무 답답해서 나가고 싶었다. Jane에게 물었다.


"밖에 잠시 다녀와도 될까? Jack 삼촌이 허락해 주실까?"

책을 읽던 Jane이 고개를 들고 미심쩍게 처다보곤 이내 일어나서 Jack의 방에 뛰어들어 물었다.


"Tom과 잠시 바람 쇠고 들어올게요.. 기침도 안 하고 창백하지도 않아요..맑은 공기는 몸에 좋을 거예요."

Jane은 해맑게 웃어 보이며 Jack 삼촌에게 안 하던 어리광을 부렸다.


"그럼 잠시만 다녀오렴"

Jack의 허락으로 Jane과 난 내가 알던 그곳으로 Jane을 데려갔다. Jane은 아무 말없이 그냥 내가 가는 길로 따라와 주었다. 그곳엔 전에 본 아이들이 있었다. 더 통통해진 Mark의 친구에게 인사했다.


"안녕! Evan?"

솔직히 아이들이 그날 이루지 못한 불장난을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됐다. 아이들은 그냥 모여 앉아서 흙속을 헤집고 있기만 했다. Evan은 나를 보고 인사해주었고 일어서서 내게 가까이 와주었다.


"아프다더니? 괜찮아?"

"응"

Evan은 나를 한참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다 보더니 진짜 다 나았나 확인하는듯했다. 그러곤 작은 쪽지를 내밀며 말했다.


"우리 어제 Mark에게 작별인사를 했어. 넌 아파서 몰랐겠지만.. Mark가 가면서 이 쪽지를 네게 전해달랬어.. 난 전달했다! 아무튼 너무 섭섭해마"

Evan은 내 어깨를 툭 치곤 다시 아이들곁으로 가서 흙더미를 발로 쿵쿵 밟더니 이내 그 자리를 아이들과 함께 떠났다. 나는 잠시 정신을 잃은채 멍했고 정신이 들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진 것만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손에 들린 쪽지를 펴봤다.


갑작스럽게 이사간다..
도착하면 연락할 수 있을 거야.
아프지말고 건강해라
- Mark -


그 이후로 Mark의 연락은 받지 못했다. Mark와 난 서로 잊혀지고 말았다. 우리가 커서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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