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마냥 하하 호호하며 놀던 교실 안 쉬는 시간.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셨다며 지금 바로 학교에서 짐을 챙겨서 오라는 말을 전했다. 많이 다치셨냐는 물음에 울먹이며 돌아가셨다는 그 말이 왜 그렇게도 믿기지 않던지. 고등학교 2학년, 나는 그렇게 갑자기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됐다. ……
병원에 도착하니 구조사는 가족이 들어가 고인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며 절차를 설명했고 염을 위해 준비를 했음에도 가족 중 최소한의 인원만 들어와 확인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원망스러웠다. 나이가 조금 더 먹을 때까지도 그날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건 가슴속 한과 원망으로 남아있었다. 이게 진짜 할아버지와 마지막이라면 나도 들어가겠다 했지만 구조사도 장례지도사도 아빠도, 삼촌도 모두 나를 말렸다.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느끼는 이 슬픔부터 나는 이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중략)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나비야, 나비야 하는 목소리가 들려. 믿고 싶지 않아.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린단 말이야"
그렇게 밤낮으로 울었다. 눈물이라는 건 참 신기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내내 울기만 하니 나중에는 눈물이 말라 슬퍼도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나비야' 부르며 당신이 드시던 밥 한 숟갈이라도 마당으로 던져주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목소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중략)
왜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게 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은 아빠와 삼촌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살아생전 당신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기를 바랐던 어른들의 결정.
죽음이라는 이별이 낯선 아이에게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단 것을.
이제는, 아니 이제야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