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능력 되면 혼자 살아.' 엄마는 그 말을 밥먹듯이 했다. 주변에서 '승희는 남자 친구 없어?', '연애 안 해?'라고 물을 때마다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얘는 관심 없어. 결혼도 안 한대.' 하며 앞서서 말을 잘라냈다. 자라오는 내내, 성인이 될 때까지도 나는 엄마에게서 그런 말을 계속 들으며 살아왔다.
“결혼은 무슨 결혼,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게 제일이야”
……
"승희는 연애 생각이 없는 애야, 얘는 진짜 결혼 생각도 없어."
어릴 적엔 그 말이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매일 듣는 엄마의 말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크고 나니 '왜 자꾸 나를 엄마의 가치관 속에 가두려고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략)
능력 되면 혼자 살라던 엄마는 언젠가부터는 ‘그래도 자식 하나는 있어야지’ 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주변 친구들의 자녀가 이제 혼례를 올리는 것을 넘어 손자 손녀를 보기 시작하면서였다.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를 반복하던 엄마의 입에서 어느 날 이런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여자로 태어났는데 애는 하나 낳아야지."
그날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과 동시에 대단한 배신감을 경험한 날이 됐다. 이제껏 내게 강요하던 당신의 가치관이 이제는 180도로 바뀌어 '여자로 태어났으면' 하는 꼰대 같은 말이 되었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단번에 '자기 마음대로구나' 하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중략)
자신을 챙기지 않는다는 서운함이었을까, 그 시기에 느낀 괜한 투덜거림이었을까. 뭐가 됐든 지난 30여 년 간 책임감, 부담감, 성실함, 그 모든 부담을 떠안고 살아온 내가 이제는 장녀라는 껍데기를 벗고 정말 나를 위해 살아가야지 마음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걱정을 한다. ……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