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나비야, 나비야
할아버지의 시골집은 담장 곳곳에 흔히 개구멍이라고 하는 틈새가 많아 길고양이들이 들어와 강아지 사료도 훔쳐먹고 식은 소죽도 훔쳐먹고 또 닭장에 쏟아주려고 모아둔 과일 껍질도 서걱서걱 베어 먹고 가기 좋은 곳이었다. 할아버지의 식사시간을 잘 맞춘 고양이는 '나비야' 부르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쪼르르 마당으로 달려와 앉았고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식탁에 올라와 있는 고기 한 점, 생선 한 점, 밥 한 숟가락을 마당 저 멀치감치 던져주며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쫄지 않고 먹고 갈 수 있게 했다.……
길고양이들은 마냥 시골집에서 살지 않았음에도 종종 마당에 들러 얼굴을 비추고 사라졌고 한 번씩 할아버지를 따라 강아지처럼 졸졸, 마실을 나서기도 했다. 한동안 안 보이던 녀석이 훌쩍 자란 모습으로 돌아올 때면 할아버지는 냉장고에서 나비가 먹을 만한 반찬을 뒤적거리며 밥을 물에 말아주곤 하셨다. ……
"이번 주엔 하늘공원에 가야지"
그렇게 편의점에서 빨간 뚜껑 소주 한 병과 냉장고에서 먹음직한 음식 하나, 과일 하나를 챙겨 홀로 할아버지가 계신 납골당에 간다. 납골당 선반을 열면 있는 할아버지의 예전 사진을 보며 그동안의 일상 이야기도 나누고 요즘 내가 하는 고민도 전하고, 그럼에도 잘 풀어나가 볼게 하는 다짐도 하고 돌아온다.
(중략)
이별에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난 당신께서 남긴 따뜻함과 목소리에 눈시울을 붉힌다. 그럼에도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은 아프지만 애써 참아내려 하지 않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납골당에 찾아와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나는 이것이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방식이자 덤덤히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