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승희 Oct 12. 2022

명주실을 잡은 자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명주실을 잡은 자





베를린에 이어 뮌헨에서의 신고식도 마쳤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거점도시라고 정해놓았던 큰 도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라 그런지 확실히 아기자기한 소도시보다는 신경이 쓰였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 뮌헨 할아버지를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던 여행 커뮤니티는 이런 여행 팁 외에도 체류하고 있는 도시의 맛집이나 함께 식사할 여행자를 구하는 일, 일정을 같이 할 동행을 모집하거나 특별히 현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었다. …… 


한복을 입고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가겠다는 로망 하나로 시작된 나의 독일 여행.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두 친구들은 흔쾌히 '오케이!' 하며 즉흥으로 동행에 응했다. 아침 일찍 뮌헨 중앙역에 모여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퓌센으로 향했다. ……  한복을 입고 가겠다며 머리엔 족두리와 덧신, 꽃신까지 챙겨 신은 상황이었다. …… 어제 처음 만난 사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척들처럼 서로를 챙기고 챙겨주며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게 올라와서 그랬을까, 로망이 이루어진 순간이라서 그랬을까.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마주한 그 순간, 감탄과 함께 순간적으로 눈물이 줄줄 터져 나왔다. ……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돌아온 우리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뮌헨 시내에 위치한 거대한 공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영국정원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라기에 발을 담글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무릎까지 오는 우리나라의 개천 같은 느낌이 아니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워터파크 수준의 물살과 깊이를 가진 곳이었다. …… 괜찮을 거라 생각한 녀석이 물로 퐁당 나를 밀어 넣었고 당황한 나는 허우적거리며 뭐라도 잡고 싶었지만 빠른 속도로 물살을 따라 떠내려갔다. …… 


"괜찮아. 살아있잖아. 괜찮아. 살려줘서 고마워 얘들아. 괜찮아. 물 좀 더 토하면서 맥주 마시면 진정될 거야. 다시 위로 올라가자. 저 누나가 더 놀라서 기다리겠다"


……  일정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이상과 현실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던 나의 독일 여행. 죽을뻔한 위험으로부터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더 이상 큰 일은 없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금이니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저 날 정말 죽을 뻔했고, 기절 직전까지 물을 먹었지만, 

나 실 잡은 여자라고 말이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설마? 설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