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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Oct 14. 2022

어느 이상한 날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어느 이상한 날







그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한복을 입고 퓌센을 등산했고, 점심엔 공원에 물장구를 치러 갔다가 한가득 마신 물을 토해낸 그날, 지금 생각해보면 혼이 쏙 빠졌을 법한 하루였을 텐데도 나는 다시 밖에 나갈 체력이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 ‘빗줄기가 잦아들면 괜찮겠지? 볼 수 있겠지?’ 하다가도 버스 유리창을 강하게 내리치는 빗소리가 들릴 때면 ‘이대로 티켓은 날아가는 건가?’하며 상심을 했다. 예약한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비는 그칠 기색이 없었다. 점점 더 거세질 뿐이었다. 비가 와도 불꽃놀이가 가능한 건지, 아님 그전에 행사가 취소가 되는 건지, 그렇다면 환불이 가능한 건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속 시원히 답을 찾기란 어려웠다.


……  ‘이대로면 불꽃놀이 하겠는데?’ 하는 희망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 많은 인파가 비에 젖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케밥이나 소시지에 맥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맥주잔에 빗물이 들어가든, 빵이 빗물로 젖어가든 그런 건 이 분위기에서 상관이 없어 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신나 보였다. 


"다 그냥 맞나 보네. 우리도 맞으면서 놀까 봐"


우리도 여기서 출출함을 달래면 되겠구나 싶어 마땅한 가게를 찾기 위해 구경을 시작한 때였다. 하늘이 무너질 듯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줄기가 머리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바닥까지 울리는 느낌에 ‘엄마야’하는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 8월의 여름날인데도 비바람을 맞다 보니 입술은 파래졌고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 숙소에 들어와 씻고 나왔는데도 씻은 티가 안 났다. 이미 물에 젖어 왔으니 머리를 감아도 똑같은 모양새였다. 젖은 옷을 여기저기 널어놓고는 이제야 한시름 돌린다며 허겁지겁 부리또를 먹어치우고는 옥수수를 베어 물 때였다. 쾅! 하는 소리가 창밖으로 울려 퍼짐과 동시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밝아짐이 보였다. 


"뭐야? 뭐야? 설마, 불꽃놀이야?"  


침대에 걸쳐 앉은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렸을 뿐이었다. 창밖으로 커다랗고 화려한, 그러면서도 선명한 불꽃이 눈앞에서 터지는 것처럼 큼지막하게 보이고 있었다. 방에서 편히 보고 있는 불꽃놀이가 예쁘긴 한데, 동시에 어이없는 이 상황에 자꾸만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녀에게 생일 축하로 불꽃놀이를 준비했다며, 뮌헨 하늘을 빌려놨다며 출발 전부터 그렇게 큰 소리를 쳤던 날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생일 축하 공연을 보여주긴 하네."

"오늘 하루 정말 너무 다이내믹하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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