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노가지
이빨요정.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지어 살았다. 7살-8살쯤이었던 기억인데도 불구하고 공사에 들어간 공터를 보여주며 '여기가 우리 집이야-'하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없던 공터는 어느 날 지나가면 1층이 지어져 있었고, 또 어느 날 들여다보면 위로 오르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또 어느 날 보면 벽돌이 하나둘씩 쌓아지고 있었다. …… 옥상 위로는 물탱크가 있는, 별도의 사다리를 놓지 않는 이상 오를 수 없는 단차 높은 층이 하나 더 있었는데 당시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집집마다 보이던 이 파란 물탱크. 지금도 그 색이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중략)
아래 유치 두 개를 모두 갈고, 윗니를 빼던 날.
지금도 그 이야기를 꺼내면 식구들 모두 한 편의 시트콤처럼 생생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의 기억에서 인상 깊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가 흔들리는 것, '이 정도면 빼도 되겠는데?' 하는 정도를 아빠가 확인해 줬고 '뿌리가 많이 떨어져서 아프지 않을 것 같다'며 앞니에 명주실을 묶어줬다.
이마를 툭- 밀며 실을 톡- 당기면 이가 쏙 빠지는 어릴 적 그 방식. 하지만 이 날은 유치의 뿌리가 생각보다 조금 더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빠가 이마를 툭 밀며 실을 당겼고 이가 빠진 듯한 통증이 올라왔는데 실은 그대로 입안에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아!!! 아파~~~~~ 아파. 안 빠졌어. 아파!!"
……
"안 해~~~ 안 할 거야!!"
그렇게 앞니에 주렁주렁 명주실을 달고는 4층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
"이제 절대 안 빼! 이빨 안 뺄 거야!!"
옅은 홍색으로 물든 명주실, 그렇게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집 주변을 돌고 또 돌았고 엄마와 아빠는 그런 나를 잡기 위해 같이 뛰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반나절을 넘게 씨름하던 헌 니. 엄마도 아빠도 포기하고 '내일 빼자-'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약속했던 아이스크림을 쥐어주었다.
(중략)
"승희 앞니에 실 매달고 온 동네 뛰어다니던 거 생각나네'
"안 뺀다고 울며불며 뛰어다녀서 보는 사람마다 다 놀렸는데"
"아니, 근데 그날은 지금 생각해봐도 아팠어 진짜. 아이스크림이 살렸다니까? 다음날 또 했으면 또 안 빠졌을 거야"
"이마를 너무 살살 쳤었나 봐. 한 큐에 끝내야 하는데 말이야"
……
그럼에도 이빨요정을 떠올리면 공포심보다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건 아마 그날 나와 함께 시간을 나눠준 그 모든 사람들이 모습이 웃음으로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