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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Jul 09. 2022

1알바와 24테이블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1알바와 24테이블.







한 8개월가량, 퇴근 후 집 앞 막걸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월화수목금, 출퇴근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던 직장이 있었음에도 퇴근 후 또다시 출근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일상에 찾아온 지루함. 변화 없이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이 너무 무료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이 필요하다 싶었고 제일 먼저 '공부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 



"아르바이트? 투잡?"

 

그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상의 변화였다. 이미 월화수목금, 일주일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노동으로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호기심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라...' 그렇게 하루 종일 곱씹다가 알바 자리를 찾는 어플을 설치했다. …… 


"이 건물에 이런 가게도 있었구나...?"


한 동네에서 십 년을 넘게 살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위치의 처음 보는 가게 었다. 일주일 중 월화 이틀,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하는 아르바이트. '새벽 퇴근이라 다음날 아침 출근이 괜찮을까?' 싶었지만 '어차피 평소에도 늦게 자서 그 시간쯤 잠들잖아' 하는 생각이었다.



(중략)



'와....? 이거 뭐지? 식당 운영 게임 같은 건가..? 미션을 하나씩 깨 나가야 하는 건가?'

일을 배우기는커녕 포스기에서 테이블 번호를 확인하며 눈치껏 곧장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배우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닥친 상황에 뭘 해야 하는지가 눈에 훤히 그려지더라. '일머리가 빨라서 참 다행이다' 싶더라. …… 가게는 난장판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얼마나 바빴을지가 눈에 훤할 만큼 물이 넘칠듯한 개수대, 엉겨 붙은 음식물들이 테이블에 즐비했다. 


'이 상태로 문을 연다고? 손님을 받는다고?' 기겁할 노릇이었다. 이 가게 사장은 과연 장사를 할 마음이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멋모르는 20살 초반의 내가 아니었기에 어이없는 상황에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일단 시작을 했으니 제대로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테이블을 치우고 씻어진 물컵 하나, 앞접시 하나 없는 식기 통을 정리하고 바닥을 쓰는데 하나 둘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략)



가게 정리를 끝내 놓고 유통기간이 비교적 짧은 생막걸리의 선입선출을 위해 막걸리 냉장고를 열어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냉장고 구석에서 발견된 4일 정도 지난 막걸리 7병.


"사장님 이거 지났어요. 4일이나! 안 나가서 다행이네요. 폐기할게요!"


돌아온 답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거 바나나랑 갈아서 과일막걸리로 나가면 모르는데."

"네??? 지난 거잖아요."

"아 그렇지, 버려."


'아하, 이 양반은 이제까지 이렇게 장사를 하셨나?'

싸하던 이 가게가 더 싸해지기 시작했다. 



(중략)



…… 그 상가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저기가 거기'라며 '사장하는 거 보면 오래가진 못할 거야'라곤 했다. 그리고는 정말 얼마 가지 못해 가게는 실내 포장마차로 업종을 바꾸더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남을 속이려 하고, 사람을 물건 부리듯이 하는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화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쁜 심보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그것이 인과응보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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