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어린 시절
돌잔치. 아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맞는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 돌잡이는 단연 돌잔치의 백미다. 여러 물건들을 올려놓고 아기가 자유롭게 집도록 한다. 그리고 아기가 들어올린 물건을 보고 미래를 점쳐 보는 것이다. 마이크를 잡으면 가수가 되고, 비행기 장난감을 잡으면 승무원이 되는 식이다. 이외에도 돈, 책, 연필 등 많은 물건이 상에 오른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부모들이 원하는 물건들은 아기 곁에 있다. 선호하지 않는 물건들은 구석으로 밀려난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가야, 저기 구석 말고 바로 앞에 그거 잡아주렴!" 돌잡이에는 부모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내 자식이 남들 앞에서 당당한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많이 버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그래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슬프게도 그 소망이 아기의 꿈을 뺏는다.
사회에서 약속된 직업이라는 틀은 어른들로부터 주입된다. 아이들은 꿈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꿈을 이야기하면 어른들께서는 친절하게 직업으로 '고쳐' 주신다. 주변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될래요! 하면 경찰이 되고 싶구나? 하는 식이다. 경찰이 되어야만 주변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초등학생 때는 종이에 장래희망을 적어서 냈다.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대통령, 의사, 군인, 가수 등등. 공통점이 있다. 직업이다. 그게 어른들이 원하는 대답이었다. 우린 꿈이 직업이라고 배웠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꿈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알맞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바로 직업이다. 직업이 꿈이 되면, 직업을 가진 순간 그 사람의 꿈은 이뤄지고 삶의 목표는 사라진다. 그러면 꿈은 어떻게 생겨날까? 꿈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나타난다. 자연히 따라오는 직업 또한 그 가치를 품고 있다. 삶의 제1가치가 돈이고, 돈이 많은 사람이 꿈이라고 하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어떤 직업이든 가지면 된다. 의사를 선택했다면 의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된다. 그런데 삶의 제1가치가 봉사를 통한 행복이고, 아픈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꿈이라고 하자. 같은 의사라도, 이 경우 아픈 사람들을 돕는 직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꿈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자신이 삶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른다. 아니, 스스로 고민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니 꿈이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청년들이 삶의 모양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 대한민국은 학벌주의가 심한 나라다. 나중에 무엇을 하던,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고 한다. 무엇을 할지는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성적이 안 좋아 못 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잘못된 생각이다. 앞뒤가 바뀌었다. 꿈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필요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어려서부터 학습된 직업이라는 틀에 맞춰 목적 없는 공부나 했을 따름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위에 이미 나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꿈이 무엇인지 배우면 된다. 이제부터 스스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꿈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사실 돌잡이는 별 거 없다. 아기들은 그저 신기해 보이는 물건을 잡아볼 뿐이다. 아기들의 눈에 세상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이다. 어른들은 그저 지켜보자. 세상을 향한 아기의 호기심이 직업이라는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어른들은 그저 응원해주자. 아기의 생각이 무한히 확장되어 상상도 못할 꿈으로 피어나도록. 나는 우리 사회가 직업보다 꿈을, 수단보다 본질을 우선하는 사회, 꿈꾸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