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때 친구 아홉 명에게 쓰는 편지
10년 만에 쓰는 브라질 이야기
나는 브라질 여행기 또는 교환학생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브라질로 향했습니다.
4학년 2학기만이 남겨둔 채, 저는 무모했고 황당했고 당돌한 선택을 했습니다. 20살 때부터 여행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어쩌면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인 거 같아 초조했고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26살,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운도 좋았습니다. 저는 포르투갈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고 (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사용) 스페인어는 커녕, 영어도 토익 400점 수준이었습니다. 마침 브라질 교환학생이 학교 공지에 처음으로 올라왔고, 2명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나 포함 딱 2명이었습니다. 즉, 처음부터 꼭 브라질일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게 가게되었습니다. 교환학생 담당선생님이 바뀌면서 면접도 없이 합격했습니다. 그렇게 'BONA'라는 친구와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로 떠났습니다.
저는 책을 쓰는 것이 주 목표였던지라 어중간한 어학공부로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표현 10개만 외우고 (안녕, 잘 지내, 화장실 어디예요, 죄송해요, 고마워요 등)전혀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그림 많이 그리기, 메모하고, 글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빠울리스타(마치 강남 대로) 한가운데 보나와 방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게임을 하듯, 내기를 하듯 매일매일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함께든 따로든 친구가 생기면 서로를 소개해주었다. 함께 어울렸습니다. 마치 교환학생 중에 가장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처럼!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학교 수업 듣다가도, 버스에 올라서도 친구를 만들고, 러시(RUSH) 매장에 가서도 직원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보나가 길에서 그림 그리고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아이에게 다가가 '내 룸메이트도 그림 그려'라며 친구가 되어 저를 소개해줬습니다.
우리는 마치 '하이에나'처럼 친구 사귀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의 7개월이 여러 나라의 친구들로 가득 찼습니다. 동화 같은 나날이었고,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학교나 수업도 즐거웠고, 한 번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해 본 적 없던 남미의 모든 곳을 함께 여행했습니다. 마추픽추, 우유니사막, 이과수 폭포,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부에노스아이레스, 30시간 넘는 버스,
브라질 북부 헤시피까지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며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나 브라질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0년이 흘렀습니다.
올해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10주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결국 브라질 교환학생 여행기를 적지 못했고, 만화로도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남겼던 수많은 메모들이 여전히 내 주변에 남아 있고, 때때로 그것들이 저를 괴롭히거나 패배자로 느껴지게 만들어 슬픈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뭐랄까, 그냥 포기 상태...? 너무 늙어버린, 그리고 많이 변해버린 저의 모습을 보며, 새벽에 침대에 누워 폰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남편은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데 왜 슬퍼하느냐" 라고 T스러운 말을 하는데 "맞아" 나는 그 시간을 경험했고 나에게는 그 친구들이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10년 전 브라질에서 만난 아홉 명의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의 언어로, 우리의 추억을 담은 편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했고 브라질 교환학생이었던 그들은 포르투갈어를 잘했지만, 저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소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엔, 10년 전 너무나 짧았던 저의 영어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실컷 나눠보려고 합니다. 다행히 시대가 발달해서, 이번에는 ChatGPT가 제 번역을 맡아 줄 겁니다.
10주년을 맞이해 브라질에 간 제 친구처럼, 저도 사랑하는 너희에게 편지를 할게
보고 싶은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