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D-85)

누가 내게 조금이라도 방향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

by rohkong 노콩

임신 초기에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우리 엄마는 집에 잘 오지 않는데 그날은 양손 가득 음식을 챙겨

집으로 왔다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엄마를

"엄마~"라고 불렀다.

문득 눈물이 핑돌 거 같았다

오랜만에 엄마를 불러보는 기분이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통화로 엄마라는 호칭을 여러 번

사용하지만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라고 부르는 게 얼마만인가

나도 엄마가 필요하다

근데 나는 이제 엄마가 된다니

시골에 내려간 엄마는 자주 만나기 어렵다

결혼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다


어제는 엄마가 부산에 오셨다

나는 엄마에게 부탁을, 사정을 할 일이 있어

부산에 오자마자 그녀를 만나기 위해

터미널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좋은 소리만, 기쁜 소식만 전하고 싶은데

인생이 너무 어렵다

나에게 미래가 있을까 싶고, 이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싶다


큰 바위 같던 나의 고민이, 엄마를 만나고 해결되었다

혜안을 가진 그녀가 방법을 제시해 주었고

우리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완벽한 해결은 따뜻한 봄이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에 긴장이 풀려서 집에 오자마자

한 시간 내리 잠에 빠졌다


나는 훗날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너무 철없고 꿈 크고 현실은 멀고

부족한 내가 겁도 없이 아이를 품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내 걱정을 아는지 뱃속에 그녀는 오늘도 쉴 새 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나처럼 요란한 아이가 태어나려고 이러나

그런 나는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까

남편처럼 이성적인 아이가 태어나려고 이러나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자고

내게 자극을 주는 것인가

여러 생각이 반복된다


과연 나는 이 걱정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침 과일을 먹으며 적는 꽤나 슬픈, 임산부 일기


2개 1만 원짜리 사과, 생각만큼 맛있진 않다


이전 08화작은 행복으로 가득찬 아침 (D-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