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기가 태어났다 (D + 7)

일주일 전 나와 지금의 나

by rohkong 노콩

기다리고 고대하던 시간이 눈앞에서 진행된다

살짝 제왕절개 후기를 찾아보고 무서워

더 보지 않기로 했다

이미 무를 수 없는 시간 앞에

걱정까지 더해서 힘들어하고 싶진 않았다


전날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던 여러 일들을

하고 가방도 대충 챙겼다

마지막 임산부의 밤을 보내고 있다

이 태동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둘이서 누워

배를 만지며 이야기했다

"정말 이제 우리 토롱이를 만난다"

"이제 우리 토롱이랑 같이 살아"

"너무 신기하고 무섭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다

새벽 1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나보다 더 걱정하고 떨렸던 사람은

그가 아닐까 싶다





아침해가 뜨기 전 우리는 첫 알람 소리에

바로 잠에서 깨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한 며칠 못 씻을 거라 생각해 린스는 하지 않았다

샴푸만 하고 배를 한 번 더 톡톡 두드리고 짐을 챙겼다


10시 수술이지만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고

5분 거리의 병원이지만 6시 반에 출발해서

일찍이 병원에 도착한다

나와 같이 분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순서대로 들어가고 있다


며칠 전 온 전화처럼 주말 동안 응급출산이 많아

대기실에서 대기할 수 없어,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남편 옆에 앉아, 기대 못 다 잔 잠을 잤다


앞에 대기하던 9시 출산, 산모가 들어갔고

9시 14분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가 나왔고 탯줄을 자르러 그녀의 남편이

간호사선생님을 따라, 아기를 따라 반대편 치료실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나와 그에게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사라졌다

우리도 아마 그들과 비슷하겠지...

생각보다 빨리 낳음에 놀랐고 건강한 아기의 울음에

부럽고 기대되었다


10시가 되기 전, 내 이름을 불렀고

마지막으로 손을 잡고 출산을 위한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좀 무서워서 아주 조금은 도망가고 싶었다

자궁근종 수술 때처럼 병실이 차갑고

무서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전신마취가 아니라 하반신 마취라 느낌이 달랐다

물론 마취를 하는 과정은 하반신 마취가 훨씬 아파(?)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짧은 이야기를 하고

수술에 들어가고 10시 10분 나의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를 내게 내밀었고 어색했고 어어어..

하고 있으니 아기를 내 볼에 대어 주셨다

인형 같다고 할까? 모형 같다고 할까?

그녀는 내게 현실성이 없었다

그리고 한번 더 내 볼에 대어 주었을 때

실감이 났고.. 와.. 태어났다 진짜 태어났다

라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 사이 남편은 그녀의 탯줄을 자랐고

끝없이 나를 기다리고

내가 회복실에 도착했을 때 나의 옆에 있었다






병실이 모자라, 그 아프다는 제왕절개 첫날

회복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인실로 이동하고 다인실에서 3일 밤을 보내고

조리원 대기 7일이 걸려, 1인실 병실에서 조리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기를 낳기 전엔, 무슨 말인지 몰랐을 상황이다

결론은 열악한 상황 속에 회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궁근종 수술은 로봇수술이라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절개하고

배꼽을 통해 수술해 절개 부분이 아주 작았다

그래도 첫날은 걷지 못했고

셋째 날쯤엔 꽤나 회복이 빨라

젊어서 그렇다, 로봇수술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10cm가량 절개를 했다

내 배에서 사람이 나왔다

2-3일 만에 좀 괜찮아졌네? 따윈 없었다

3일 차가 되었을 땐 그래도 하루하루 낫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4,5,6일 차 내내 왜 나아지지가 않지

왜 어제보다 괜찮지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3일 차부턴 젖이 돌기 시작했다

몸이 다 회복되기 전에, 회복을 시키기 위해

젖이 돈다고 하는 데,

이 어색한 상황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이를 위한 초유가 나온다

아이가 이 초유를 먹으면 아이에게도 좋지만

나의 회복도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슴이 커지고 붓는 것은 매우 아프다

이 모든 변화와 아픔이 첫 일주일 동안 온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산후우울증은

여기서부터 나오지 않을까

이 고통과 변화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걷기 시작한.. 2일 차가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아기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나와 남편은 아이를 바라봤다

너무 작고 너무 어려 인형 같았다

미동도 거의 없는 갓난아기가

그냥 인형 같았다


그 후에 신생아 수유실에서

나를 불러 갔는데 한 아기가 나왔다

나는 어색하게 걱정스럽게

"얘예요?"라고 물었다

유리로 볼 때보다 훨씬 작고 작은 아기가

나의 아기라고 했다

정말 너무너무 작아서 인형 같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됐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기 안는 법과

젖 주는 법을 알려주었고

아기와 나의 살과 살이 닿았다


그리고 분유가 든 젖병을 주시고

아기에게 먹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트림을 시키는 방법도,

꼴딱꼴딱 먹는 모습이 분명 인형이 아니다

너무 작고 소중한 이 아기가

내가 10달을 품은 그 아가다

따끈따끈한 볼이 너무 귀엽고 부드럽다

아기에게 귀를 가까이 대서 소리를 들었다

숨 쉬는 소리도 너무 신기했다

말로, 글로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랑스러움을 마주했다


우리 병원은 남편이 아기를 만질 일이,

모자동실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다

이 귀여움을, 이 사랑스러움을 그가 느끼지 못하고

유리창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안타깝다





엄마가 잠시 부산에 오셨다

병실과 조리원에 올라오진 못하시지만

짧게 나와 남편을 만나고 가셨다

아기는 만나지 못했다

엄마를 만나면 눈물이 날까 걱정을 했지만

눈물보단 우린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엄마에게 빨리 우리 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너무 신나셨고

나도 그녀를 할머니로 만들어주어

행복했다

행복하다


딸 걱정이 가득한 그녀를 보니

나 정말 엄마한테 잘해야겠다 싶었다






7일 차가 되어도

여전히 앉았다 일어설 때 아프고

내 걸음은 어정쩡하다

허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배도 아프다

오늘에서야 샤워를 할 수 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리고 아프다

잠이 수시로 오고 마사지를 받았는 데

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상이 되는 데까지 3달은 걸린다고 한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 1년은 걸린다고 한다


나는 아직 약한데

저 쪼꼬미와 집에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우리는 둘이 같이 키울 거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지금도 수유를 할 때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간다

부서질까, 떨어질까 걱정되어

힘이 풀어지지가 않는다






7일 전에 출산한 것이 믿어지지 않게

7일 만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다

상상보다 더 고통스러웠고

힘들고 지쳤고 짜증이 났다

생각보다 더 귀엽고 작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7일 만에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확정했고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기로 했다

남편은 오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출생신고를 씩씩하게 혼자 하고 왔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고

우리의 사랑하는 딸이 되었다

나는 이제 토롱아~라고 부르지 않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남편과 이야기를 하고

수유할 때도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아직 아프지만,

행복하다

엄마가 된 것이 아직도 어색하지만

우리 공주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


7일 차, 고통과 행복 출산 후기


첫 배냇짓, 배냇웃음




아기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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