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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kong 노콩 May 23. 2022

할머니가 가셨다, 편안하게

93세의 나이에 7남매와 손녀 손자들을 두고

임종을 기다리며를 적은 지 이틀 만에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다


7남매는 모두 그녀가 떠나기 전 주말

병원을 찾아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 인사를 기다린 것이었을까

그리고 4일 뒤 그녀는 떠났다


아침 일찍 들은 그 소식은 나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짐을 챙겼다

우리가 급한 마감을 처리하는 동안

오빠가 서울에서 동생이 제주도에서 왔고

늦은 점심, 우리는 함께 시골로 갔다



배려 깊은, 욕심 많은 우리 할머니 덕분에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 장례를 치른 덕분에

우리 가족은 몇 년 만에 다 함께 모였고

함께 슬픔을 나눴다


날씨는 좋았고 햇살은 따스했다

작년에 결혼을 3명이나 한 덕에

식구는 4명이나 늘었고 2년 사이

쪼꼬미 우리 조카들은 볼살이 포동포동 늘었다

발이 나만큼 커졌다




결혼식과는 다르게 그러면서도

비슷하게도 장례식은

만남의 장이었다

그 사실이 기쁘고 황당했다

오랜만에 소중한 사람들, 그리웠던 사람들이

다 모여 우리와 슬픔을 나누고

안부를 묻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나의 사람은, 우리 오빠는

상냥하고 10년 전부터 우리 가족같이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있었다


나는 결혼식과는 또 다르게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오빠를 소개했다

슬픈데 또 좋았다

우리 할머니 덕분이다



하루는 이틀은 정말 순식간에

지났다 어쩌면 이 장례식이 끝나고 싶지 않았는데

시간이 오고 순서가 되었다

엄마는 울었고 이모들도 삼촌들도

엄마가 너무 필요했다

지난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모두에게 엄마는 필요하다



나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그리고

마지막 우리 할머니까지 가시니

내게 고향이 사라진 거 같았다

가족이 너무나 줄어든 거 같았다




장례는 슬픈 와중 평화로웠다

장례식장도 화장장도 선산도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데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우리 할머니 이제

안 아프시겠다 싶었다


할머니를 할아버지 옆에 모시고

돌아와 점심을 먹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리고 비가 그쳤다

그리고 비가 계속 내렸다


우리는 할머니가 마지막 인사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우리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는, 너무나 인사 같던

그 변덕스러운 날씨는 정말 할머니 같았다





이제 부산에 돌아와

바쁜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누웠다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였고

행복한 하루하루였다

나는 내 인스타에 담긴 우리 할머니 사진을 찾아보며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2014


할머니와 함께

겨울 가을



엄마와 할머니 김장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

이제 아프지 말고 할아버지랑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세요

-

지난주 시골에서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오랜만에 온 가족 다 함께한 날

너무너무 슬픈 날들은 금세

지나가고 주말이 갔다

오늘은 내 인스타에 있는

할머니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 본다

-

할머니 덕분에

참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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