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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 Dec 12. 2022

잘하지만 좋아하진 않아 (3)

(요리) 간 총론總論

'잘하지만 좋아하진 않아 3'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우리는 지금 요리의 바다를 가로지르기 위해 승선권을 손에 들고 막 페리호에 올랐습니다.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우리의 페리호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머물 곳을 찾아볼 요량으로 승선의 울렁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요리의 기본기,  음식의 간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이름하여 간 총론(總論)-에 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대개 모든 음식을 입에 떠 넣었을 때 혀로 느끼는 첫인상은 간일 것입니다. 대식가인 동시에 미식가이기도 한 우리, 단군의 자손들은 결국 간에 관한 풍부한 형용사들을 남겼습니다.

기준에 미달한 간에 관하여서는 '싱겁다,  밍밍하다, 심심하다', 맛있게 조금 짠 것은 '간간하다, 간간짭짤하다, 짭조름하다, 짭짜름하다, 짭짤하다'로, 무턱대고 짠 것은 '짜다', 대책 없이 짠 것은 '짜디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말로 하지 않는다 해도 마음속으로는 반드시 되뇔 말이며, 음식에 대한 개개인의 기호가 일순간 3단계로 축약되어 조금은 단출해 짐을 알 수 있습니다.


기준에 미달한 간, 무턱대고 짜거나 대책 없이 짠 것에 관해서는 보통 '맛없다'라는 평을 하게 마련이고, 저마다의 개성이나 특질을 가뿐히 넘긴 절묘한 농도의 간으로 '간이 딱 맞다'는 것은 '맛있다'는 의미입니다. 싱거움과 짬의 중간에 자리 잡은 맛있게 짠 간은 순전히 개인 취향의 영역으로 호불호가 명백히 갈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는 맛있게 짠 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가정식으로의 간과 식당에서의 간은 다르게 평가되며 가정식으로 싱거운 음식을 즐겨하던 이들도 대개 식당의 딱 맞는 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 편입니다.

요리에 서툴며 조심성 많은 사람은 싱거운 음식을 만들기 쉽고, 요리에 서툴지만 용맹한 사람은 짠 음식을 만들기 쉽죠. 요리를 좀 한다는 젊은 이에 비해 나이 든 이는 다소 짠, 맛있게 조금 짠 음식을 만들 가능성이 많습니다.

같은 간이어도 국물 요리는 끓고 있을 때 보다 식었을 때 더 짜게 느껴지며 나물무침은 막 무쳤을 때 보다 식탁에 냈을 때 싱거워집니다.

주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풍미가 서로 충분히 어우러지기 전에 간을 보면 대개 맛의 빈 공간을 느끼게 되는데 우리는 흔히 그 상태를 싱겁다고 느낍니다. 이때 간으로 빈 공간을 메우려 하다 보면 결국 짠 음식이 되고 맙니다.

본 요리에 곁들여 먹게 될 야채,  계란물이나 튀김옷을 입혀 튀기거나 부쳐낼 주재료는 아주 소량의 소금으로 밑간을 해두어야 식탁에서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누구든 적당하다 할 만한 간의 농도가 있다는 점입니다. 계량을 하지 않고 요리한다면 '맛있는 간'을 정확히 아는 이가 유리하며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요리를 잘하려면 많은 음식을 맛보되 될 수 있는 한 '제대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리를 알지 못하지만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며 간에 대해 불평이 많다거나 혹은 맛있는 간을 잘 보는 이가 있다 해서 끓고 있는 요리의 간을 보게 하면 십중팔구 실패하기 쉽습니다. 끓고 있는 요리의 특성을 헤아려 간을 조금 높이거나 낮추는 요령이 생길 때까지 시간의 힘을 빌어야 합니다.


간을 할 때 쓰는 대표적인 양념은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입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 어떤 양념으로 간을 할 것인지 척척 알아채기 힘듭니다. 이럴 땐 요리의 주재료의 색과 양념의 색, 완성된 요리의 색과 질감을 연결 지어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콩나물을 무친다 가정해봅시다. 데친 콩나물 무침은 흔히 희거나 붉게 무쳐 먹습니다. 흰색 나물은 색이 없는 흰소금을 넣어 무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붉은 콩나물에는 고추장을 넣어야 할까요? 당신이 그간 먹어온 붉은 콩나물 무침의 질감이 진득하고 진한 농도였는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기름기 있는 말간 국물과 더러 고춧가루가 보이던 것이 기억나셨나요? 붉은 콩나물 무침에는 소금이나 양조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넣어 색과 풍미를 입히는 것입니다. 데친 초록색 나물을 무친다면 소금을 넣어도 좋지만 특유의 초록색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재래간장을 넣는 편이 맛의 면에서 낫고, 도라지나 채 썬 무 나물을 볶는다면 본연의 흰색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소금을 넣습니다.

소금은 요리의 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간을 위해, 간장은 주재료의 색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요리에 넣고 풍미는 소금보다 낫죠. 소금과 간장은 가변적으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조미료입니다. 고추장과 된장은 요리의 성격에 따라 확정적으로 사용합니다. 소금은 간장과 고추장, 된장으로 간을 하는 요리에 마지막 간으로 아주 조금 추가할 수 있고 간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간장, 고추장, 된장을 넣지 않아도 되므로 흔히 그리합니다.


감으로 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레시피의 조미료 양을 참고하되 요리의 양과 종류, 재료의 특성을 연결 지어 기억해 놓으면 좋습니다.

여러 종류의 소금은 각기 짠맛의 정도가 다르므로 쓰던 소금을 다 쓰고 바꿀 때가 되면 전의 소금 맛과 후의 소금 맛을 맛보아 참고합니다. 구운 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짠맛이 덜하고 깔끔한 짠맛을 내지 못하며, 정제소금은 다소 단출한 짠맛, 천일염이나 함초소금은 짠맛에 더한 특유의 풍미가 있고, 맛소금은 소금에 MSG를 더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소금과 MSG를 따로 적정량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굵은소금(천일염)은 장을 담그거나 김치용 재료를 절일 때 사용하고, 입자가 작은 소금은 요리 시 간을 할 때 사용합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은 재래식과 시판용이 있는데 대개 재래식 장이 짠맛이 강하고 시판용 장은 감칠맛을 내는 L-글루탐산이 들어있어 풍미가 느껴집니다. 시판용 장을 구매 시 주의할 점은 부패방지용 보존제의 여부와 감미료의 종류를 확인, 선택합니다.


분말형 복합 조미료, 일명 다시다의 경우 간과 감칠맛을 지니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다시다를 넣어야 할 요리라면 다음의 방식을 취합니다. 맛국물을 내 요리수로 사용하고,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간을 한 후 마지막으로 맛의 빈 공간이 느껴진다면 MSG(미원)를 극소량 넣어줍니다. 다시다로 간을 맞춘 경우에 비해 훨씬 깔끔하며 섬세한 조절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를 사용할 때 사용 여부에 따른 유해성 논란보다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영양의 균형, 다양성입니다. 예를 들어, 찌개를 끓인다 가정했을 때 그 요리 안에 들어가는 주재료와 부재료, 양념을 충분히 넣었음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그때 MSG 극소량을 사용합니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한번 꼬집듯 잡은 극소량만으로도 한결 맛있어집니다. 이에 반해, 주재료와 부재료가 부실하고 맛국물 없이 물을 부어 끓이는 찌개에 간을 한 후  MSG로 맛을 낸다면 우리가 음식에서 얻을 수 있는 필수 영양소의 섭취 기회를 놓치게 되는데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합니다. 부실한 음식에 MSG로 혀를 속이며 비어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유해하니까 말이죠. 감칠맛을 기대하는 음식에서 제맛이 나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간을 더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한꼬집의 MSG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흑장미의 역할을 해냅니다.


음식을 만들어 내는 손의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가능한 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식탁에 두고 함께 먹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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