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멸망

이별 후 재회

by 홍경

퇴사 후 연락 없던 그녀가 반년 만에 오후 세시 경 문자를 보내왔다. “저는 지금 귀가 필요해요. 언니의 귀를 빌려주세요.” LCD에 찍힌 글자들만 보아도 마음이 아프다. 당연히 나는 응한다. 조용히 그녀의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곱창을 연신 뒤집는 그녀를 잠자코 기다린다.


“사랑은 처음이거든요. 그 사람에게 제가 먼저 사랑한다 말했고 항상 먼저 연락했어요. 가능하면 매일 만났던 것 같아요. 거리가 멀지 않아서 퇴근 후 항상 만나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 년이에요. 그 사람은 언제나 수동적이었어요. 아무것도 하자고 하지 않고 제가 조르는 거죠. 갈수록 만나는 날이 적어지고 만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인 거예요. 단둘이 있고 싶은데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어제 제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그럼 그러자.’라고 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땅이 갈라지더니 건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았어요. 죽을 것 같이 가슴이 아프고 걸을 수가 없었어요. 땅이 큰 울림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고 저는 주저앉아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어요. 언니, 이 사랑 끝내야 할까요, 아니면 제가 사과하고 다시 시작해 볼까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왔고 경험 중이며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경험할 것이다. 서툰 사랑의 전형인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평정심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고 대개 그 공백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건물이 무너져 내린 그 도시에 다시 발을 딛거나 운이 좋지 않다면 그 도시에서 다시 슬퍼하며 떠나올 것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결의를 하고 그들만의 도시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녀의 말대로 그들은 도시를 건설했고 그 안에서 머물렀으며 자신의 선언에 의해 그 도시는 멸망했다. 무너져 내린 도시를 재건하려면 그만큼의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이미 확정되고 포기했던 문제들을 다시 검토해야 하며 그것은 서로의 동의와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섣불리 이별을 선언하는 행위도 옳지 않다. 이별 선언은 가볍건 무겁건 간에 둘만의 도시를 허무는 행위이다. 애써 쌓아 올린 많은 건물이 허물어지고, 꽃과 나무는 시들며, 아름답게 날갯짓하던 새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시간을 들여 결의에 합의하고 사랑의 신도시를 건설할 것인지, 없던 걸로 하고 다시 만나 이미 경험한 상처와 아픔을 견디며 재개발할 것인지 속단하지 말고 반드시 평정심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걷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충분한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평온해진 마음이 나에게 제시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때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나아가면 된다.



마지막 당부

언제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아파도 나 자신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배회하는 나를 항상 제자리로 데려다 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많은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세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맛을 잃지 않고, 감정을 잃지 않고, 건강한 두 다리의 움직임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의 내일이 오늘의 당신에 의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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