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여행 유의사항
모로코, 머뭇거리는 여행지
모로코를 여행지에 포함시킨 이유는 단 하나, 사하라 사막을 보기 위해서였다. 페루 와카치나에서 사막을 만났지만 버기 투어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짧게 둘러봤다. 잠깐 이렇게 본 것도 멋있는데, 더 넓은 사막은 어떨까.
스페인과 이집트로 이동하는 동선 가운데 사막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잘 알지도 못하는 모로코를 추가했다.
모로코... 정말 좋은데, 사람들이 좋다고 했는데. 무엇이 모로코 여행을 힘들게 만들었을까. 우리가 느낀, 모로코 여행을 후회한 순간들을 모아보았다.
우리 숙소는 어디에? 미로에 미로를 더한 메디나
탕헤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긴장하게 되었다. 드디어 악명(?) 높은 탕헤르에 들어왔어. 많은 여행객들이 당하는 택시+안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숙소에 사전에 연락을 해두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숙소 앞까지 이동해 줄 줄 알았던 택시가 한 언덕에 멈춰 섰다. 여기가 숙소인가? 두리번두리번하고 있는데, 앞자리에 지나가던 꼬마를 태운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자신은 숙소에서 왔으며 우리를 숙소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줄 거라 했다. 믿지 말아야지. 긴장을 풀고 부탁하는 순간 잘못된 길로 안내하거나 또는 돈을 요구한다니깐.
문 앞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지도를 보며 천천히 이동했다. 아이는 절대 스마트폰을 여기서 꺼내지 말라고 했지만 직접 동선을 확인해야 했다.
모로코 여행에서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메디나 때문이다. 메디나는 도시의 중심 지역을 뜻하는데, 보통 구도심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도시의 중심 지역이 왜 미로로 만들어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군이 밀고 들어올 수 없게 하기 위해 방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침입한 적군에 맞서 좁은 골목길을 이용한 게릴라 전법으로 싸우려는 의도다.
우린 적군은 아니지만 메디나에 제대로 당했다. 도무지 몇 번 다녔음에도 길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잘 사용해왔던 구글맵스 조차 메디나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숙소에서 알려준 것은 구글맵스가 아닌 맵스미 어플을 사용하라는 것. 메디나에서 길을 찾기엔 훨씬 더 수월하다고 했다. 하지만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그냥 다니는 건 모로코를 여행하는 내내 익숙지 않았다. 누가 봐도 외국인. 한 손엔 아이폰을 켜 두고 길을 찾고 있는 동양인.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위험한 상황도 가능할 것이다.
메디나에서 길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소를 메디나에 두지 않는 것이다.
우린 탕헤르 이후부터는 메디나에 숙소를 잡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어두운 밤에 메디나를 헤매고 싶지 않았으니까.
쉐프샤우엔을 나가는 버스표 구하기 대작전
탕헤르 다음에 향한 곳은 파랑파랑 한 마을 쉐프샤우엔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흰색의 건물로 예쁜 골목골목을 자랑한다면, 모로코의 쉐프샤우엔은 파란색의 건물로 예쁜 골목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모로코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하는 도시인 쉐프샤우엔.
여행 일정을 준비하는데, 사람들이 쉐프샤우엔은 하루면 충분하다고 했다. 골목골목이 이쁜 곳이지만 한번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면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럼 쉐프샤우엔은 1박만 하고, 페즈에서 2박 해야겠다.
탕헤르에서 쉐프샤우엔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페즈로 향하는 버스표를 구입하려고 했다. 분명 CTM 매표소라고 적혀 있는데, 왜 사람이 없지? 기다렸다가 직원을 만나서 얘기했다.
"내일 페즈로 가는 버스 있어? 2명인데"
"내일? 내일 페즈로 가는 건 다 매진이야."
"벌써?"
"쉐프샤우엔은 관광지라서 나가는 버스 티켓은 전날 아침에 다 매진돼"
흠... CTM 버스가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일정도 미리 다 예약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CTM 매표소 옆에 현지 버스 브랜드가 있어서 거기로 방문했다.
"내일 페즈로 가는 버스 있어?"
"내일? 내일 거는 내일 판매해"
"미리 사둘 순 없어?"
"응. 내일 오전에 와."
"가격은?"
"가격도 내일 알려줄게."
혹시나 티켓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다음 날 조급하게 달려와 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그동안의 세계여행 중 가장. 최악의. 버스를. 그렇게 예매해버렸다.
가격은 70 디르함.
75 디르함인 CTM 버스보다 조금 저렴했다. 역시 좋지 않은 버스라 더 저렴한가 보다 했는데 수화물 가격을 개당 30 디르함씩 내라고 했다. 헐;; 그것도 외국인들에게만 받았다. 하지만 따질 수가 없었다. 불만이면 내려.라고 하길래 -.-
현지인들이 주로 타는 버스라서 그런지 에어컨이 없었다. 장장 6시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이동했다. 덕분에(?) 전날 탕헤르에서 물렸던 베드버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6시간 동안 찜통에 있었는데, 베드버그가 살 수가 없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지만 휴식 시간은 단 한번. 하지만 땀으로 배출되고 있었으니까 화장실을 갈 필요가 없었다.
6시간의 이동 끝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이 음침하다. 주변에는 술에 취해 누워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외국인인 우릴 쳐다보는 눈빛이 그리 좋지 않았다.
CTM의 경우 도시 외곽에 전용 버스 정류장을 보유하고 있다. 택시를 타고 수월하게 숙소를 찾아갈 수 있는 반면, 공영 버스 정류장에는 여러 삐끼들이 우리한테 달라붙어 안내해주겠다고 소리를 쳤다. 빨리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 길에서 택시를 잡았다.
쉐프샤우엔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인터넷으로 나가는 CTM 버스부터 예약하자.
무지막지한 사막의 더위
모로코에 온 목적인 메르주가의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모로코를 여행하는 한국사람들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사막이 너무 좋아서 며칠 더 머물렀어요."
그렇게 좋은가? 사막으로 안 좋았던 기억이 싹~날아갔으면 좋겠다.
메르주가에는 아침에 도착해 잠깐 숙소에서 대기한다. 오후에 사막으로 출발해 야외 텐트에서 하루를 자고 새벽에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아침에 도착해 숙소에서 잠깐 잠을 청했다. 방에는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두 시간 정도 잤을까. 푹푹 찌는 열기로 더 이상 방에 있을 수 없었다.
뭐야. 방 안 더위 실화???
사막이 더운 이유는 그냥 주변에 그늘이 없어서 또는 물이 없어서. 또는 바람이 없어서 사막이 더운 줄 알았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막은 그냥 덥기 때문에 사막인 것이다. 그늘도 있었고, 물도 있었다.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음에도 방은 사우나처럼 더웠다.
안 되겠다. 사막에서 하루만 머물고 이동해야겠다.
이 더위는 우리가 있을 더위가 아니야.
물론, 사막의 밤하늘은 좋았다. 우리 밖에 없는 고요함과 하늘을 보며 잠드는 아련함이.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이 더해 더없이 편한 잠자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다음날 떠나야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잠깐의 달콤함을 위해 또다시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싶지 않으니까.
모로코 어때?
좋다. 아름다운 사막 중심에서 모래에 둘러싸여 잠들어본 적이 없다면, 모로코는 반드시 여행해봐야 하는 곳이다!
그럼 다시 가보고 싶어?
아니다. 좋지만 다시 가보고 싶지는 않다. 만약 다시 모로코를 간다면 풀 패키지로 안내해주는 곳만 따라다녀야지. 그 방법 외에는 두 번 다시 갈 계획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