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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Y Aug 27. 2019

나는 '글 못 쓰는' 에디터입니다.

글을 쓰는 이유


아직도 명함에 적힌 에디터라는 글자가 낯설다. 한 번도 에디터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원해본 적도 없었다. '에디터는 글 잘 쓰는 사람이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내 명함에 에디터라는 글자가 새겨진 후론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가 꺼려진다.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때부터 아내는 내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문장이 어색해’ 안타깝게도 한 번에 통과해본 적이 없다. 문장을 지적할 때마다 아내는 나를 놀린다. ‘글 못 쓰는’ 에디터라고.


지금 속한 회사의 입사 면접을 봤을 때다.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은, 살짝 웃음이 머무는 분위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어쩌다가 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건가요?” 단순한 궁금증으로 물어본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 귀에는 ‘전공도, 경력도 에디터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에디터로 지원을 했느냐.’라는 얘기인 것 같았다.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라 머리가 아닌 목에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냥,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습니다.” 맞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어정쩡한 대답을 그 자리에서 해버렸다. 기본적이지만 내가 놓쳐버린 질문.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어정쩡한 대답. 아직도 그날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왜 에디터를 시작했을까. 

글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에디터에 지원했을까. 면접이 끝나고 나서야 그 질문의 대답을 찾기 시작했다.


글에 대한 욕심이 생기다.

내 경력의 대부분은 마케터지만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이력으로 에디터에 지원했다. ‘퇴사 후 세계 일주’의 붐을 선도(?) 하며 여행의 내용을 칼럼과 개인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남’이 아닌 ‘내’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이.


지금 보면 민망할 정도로 문장도, 표현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내 글을 읽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영상도, 사진도, 그림도 무엇하나 잘하지 못해 선택한 ‘글’이지만 그 글을 좋아해 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것이 좋았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내 글 솜씨도 함께 늘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되었다.


에디터를 시작한지 이제 1년하고 4개월. 아직도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번엔 어떤 글을 써야 하나. 어떤 표현이 좋을까. 비문이 있었던 건 아닌가. 이런 긴장감은 예전 마케터로 처음 입사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비록 한 문장 시작하는 것이 어렵고 고민되지만, 그럼에도 글을 쓴다. 어느 책에 그런 문구가 있었다. 유명한 작가도 글을 쓰는 게 어렵다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쓰다 보면 표현도, 내용도 풍부해져 내 글을 찾는 사람들이 생길거라 믿는다. '매일 쓰다 보니 작가'라는 제목처럼, 꾸준함이 중요한 거 아닐까. 잘 읽히고 공감 가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비록 지금은 '글 못 쓰는' 에디터지만 말이다.


같이 생각해보기.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나요?




다음 매거진 글은 공심 작가님의 <커피도 인생도 글도 쓰다>입니다. 커피와 인생, 글의 공통점은 쓰다는 것이죠. 커피와 인생처럼 글쓰기가 쓰게만 느껴진다면,《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 드립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금상'에 빛나는 공심 작가님의 글쓰기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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