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떻게 쓰냐고 묻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글을 잘 쓰면 됩니다.” 대답에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글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데요?”라고 반문하면, 나는 “글을 잘 쓰면 됩니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말장난하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동문서답 같지만, 생각해 보면 틀린 답은 아니다. 글을 쓰는 근육이 단련되어야 하면 책을 낼 수 있을 것이고, 책을 낸다는 목표를 세워야 규칙적으로 글을 쓰게 될 테니까.
글을 쓰면 된다는 말에 헛웃음을 짓다 다음 스텝으로 전진한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요?” 당신에 관하여 아무런 정보도 습득하지 못한 내가 명쾌한 대답을 들려줄 수 있을까? 내가 <1984>의 ‘빅 브라더’라도 되어서 당신의 인생을 시종일관 감시라도 한다면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련만. 당신이 직장에서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딴짓으로 어떤 활동에 열심인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이야기라도 나누어 본다면 얼핏 힌트라도 줄 수 있겠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으니 결국 무엇이든 쓰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무엇이든 쓰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쓴다는 전제가 중요하니 무엇을 쓸까 고민하지 말라는 거다. 고민만 하다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쓰겠다는 마음만 확고하다면 글감은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이 보유한 전문성, 사랑하는 일, 가까운 친구들과 평상시 주고받는 말에 글감이 담겨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다른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쓰겠다는 마음만 절실하다면.
여기까지 집중한 사람에게 나는 다음의 말을 건넨다. ‘무엇보다 써야 한다는 주제에 근접한 답은,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라고. 글을 쓰든 책을 쓰든 모든 과정엔 돈이 메신저 역할을 한다. 글을 쓰겠다는데 돈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돈으로 꾸준한 습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한다면 실패보다는 성공에 가까워진다. 2년 동안 매일 글을 쓰는 도전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2년이면 730일이다. 중간에 고비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 30일은 눈감아 준다고 가정하여도 700일을 견뎌야 한다. 할 일을 미루게 조종한다는 ‘팀 어번’의 원숭이를 당신도 한 마리 기를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게으름에 빠질 때마다 옆에서 키득거리는 그 무서운 원숭이 말이다. 원숭이의 유혹에서 벗어나 당신이 700이라는 숫자를 완성하려 한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의 순수한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90킬로그램에서 70킬로그램으로 몸무게를 감량한 나 같은 지독한 인간이 아니라면 당신은 의지를 돈으로 사야 한다. 돈은 꾸준한 습관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기반이 된다. 나 역시 글을 쓰고 책을 쓰기 위해 수백만 원(?)을 투자했다.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달린 주목해야 할 동사는 ‘쓰다’다. 글을 쓰는 것, 책을 쓰는 것 두 가지를 떠받치는 돈까지 모두 ‘쓰다'라는 동사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 물론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는 것 역시 ‘쓰다’ 동사를 쓴다. 당신의 이름이 찍힌 책을 쓰는 것은 게으름을 물리치고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다. 쓰는 과정을 2년 동안 꾸준하게 버텨낸다면 당신은 어떤 이야기든 글로 쓸 재주를 갖게 될 것이다. 신비로운 ‘쓰다’의 법칙, 2년의 시간만 꾸준하게 버틴다면 당신은 무엇이든 이야기로 만들 능력을 갖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인생의 맛이 꽤 쓰다고 생각한다면 쓴 커피 한 잔이나 진하게 우려내자. 2년 후, 달라진 당신의 인생을 쓰기 위해.
(당신은 지금 무엇을 쓰고 계신가요?)
다음 매거진 글은 'Mee' 작가님의 <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입니다. 독자는 작가를 생각하며 글을 읽을까요? 화자를 생각하며 글을 읽을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