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by Roi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명운을 끊은 것은 사실 히틀러가 아니었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사실상 파펜 수상과 힌덴부르크 대통령에 의해 회생의 가능성이 사라졌고, 그 공백을 히틀러가 메운 것 뿐이었습니다. 공화국 몰락의 결정적 계기는 바로 프로이센 쿠데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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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7월,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파펜 수상의 '건의'에 의하여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규정된 '비상대권'을 발동하여, 사민당이 집권하던 프로이센 주정부 내각을 해산하고 프로이센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프로이센 주 내각은 소송을 통한 사법투쟁으로 끝내 일부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미 중앙정부에 의해 주정부의 권한은 유명무실해졌고 독일의 2/3를 차지하는 프로이센의 정치권력은 극우파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이제 공화국을 지킬 세력은 그 어느 것도 남지 않았고, 1933년 1월 아돌프 히틀러가 수상에 취임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에서 대통령의 친위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국정의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 답게, 이른바 '계엄' 상태는 6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다행히 헌정은 아직 소멸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무능함과 멍청함이 처음으로 고마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반역을 일으킨 사람이 이후에도 군 통수권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자를 당장 체포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에도 반대하는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의 여당이자 제2정당의 당론으로 말입니다. 심지어는 이 사태가 내란임을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범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제91조에서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제1호)'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2호)'을 들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을 빙자한 윤석열의 쿠데타는 내란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형법 시험에서 '만약 대통령이 내란을 범한다면'이라는 케이스 문제를 낸다면 가장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예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정확히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것이었고, 윤석열이 이른바 '포고령'에서 발표한 국회 및 정치활동 전면 금지, 언론출판 통제, 파업/태업/집회 등 금지는 모두 정확히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킨 것'에 해당합니다. 또한, 윤석열이 군 병력을 보내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봉쇄한 것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의 가장 적확한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폭동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불행히도 이미 우리는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법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내란죄 판결'로 알려져 있는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윤석열이 보낸 군 병력은 국회 출입문을 봉쇄한 뒤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침입하여,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여 국회의 의결을 막으려 하였습니다. 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그 직원들을 통제 하에 두었으며 당직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기까지 했습니다. 이게 유형력의 행사, 폭행이 아니면 무엇이겠으며 또한 폭동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이처럼 윤석열의 내란행위는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집권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합니다. 공당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국가에 반역을 일으킨 자를 옹위하겠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반란으로 인해 국가의 안보, 경제, 외교 모든 것이 망가졌고 심지어 언제 또 다시 이런 짓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이 자를 대통령직에 두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말이 '성공하면 혁명, 실패해도 괜찮네?'로 바뀌었다고들 합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괜찮으니 실패한게 아니다'라는 겁니다. 윤석열의 반란은 최종적으로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윤석열이 저 자리에 앉아있는 한, 윤석열의 반란은 진행 중인 것입니다. 또한 윤석열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더라도 윤석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이상, 반란은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서두에 바이마르 공화국을 끝장낸 것은 히틀러가 아니라 프로이센 쿠데타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민주적/법적 정당성을 가진 내각이 쿠데타로 무너졌고, 이 상태가 용인되고 강화됨을 보면서 독일의 공화주의자들조차 공화국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신뢰마저 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빈틈은 히틀러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습니다. 용인된 쿠데타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쿠데타를 낳고, 야만의 시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유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2024년 12월 3일에 이것을 빼앗길 뻔 했고, 지금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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