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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an 22. 2021

가볍게 쓰는 일기 _13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요즘은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른 사람들과 이런 고민을 나눌 기회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돌이켜 보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독 좋아했던 이유가 단순히 에너지를 얻는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걱정거리를 남들 앞에 꺼내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순기능도 있었던것 같다.


다행히 확진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거리두기는 전처럼 완화되지 않아 여전히 모임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공연히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모르는 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지침대로 집콕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머릿 속에 넘실대는 걱정거리를 혼자서 어쩌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도 자꾸 해버릇해야 습관처럼 저장되는 것 같다.


요 며칠 간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일상의 감사함을 잊고 지낸 시간들이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초라해 보이고 나에겐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는것만 같이 느껴졌다. 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겉잡을 수도 없이 번져나갔다. 계절이 변덕스러웠던것도 아니었는데 공연히 씁쓸해했다. 물론 겉보기에 별일 없이 지내긴 했지만 걱정스러울 법한 사정들이 존재했다. 혼자서 해결해보겠다고 문제에 골몰할 수록 답은 찾기 어려웠고 답답한 심정은 배가 됐다.


긍정적인 생각은 어디서 깃드는 것일까. 나는 어쩌다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었는가를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빨리 털어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번 고민에 사로잡힌 마음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긍정적인 생각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법인데, 그 좋은 기운을 찾아내고 또 오래 유지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란 걸 느꼈다.



사실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100번째 글로 올리려 했다.


예상과 달리 가벼운 마음을 툭 털어놓게 되었지만 벌써 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0이라는 숫자가 지금까지 노력해 온 흔적이라 여기는 한편 과연 모든 글들에 다수에게 의미 있는 생각을 담은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편협하고 저만의 감성에 젖어 별 깊이 없는 생각을 담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사소함에도 큰 걱정을 담는 성격이라 그런 거라고 다독이긴 했지만, 뭐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건 나조차 어쩔 수가 없는 지독한 습관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은 시기다.


쓰고 싶은 테마는 다양한데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볼 만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때론 주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생각을 표출하고 싶어했고 때론 간직해 온 유년시절의 특별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나에겐 특별할 수 있지만 남들에게도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기에 뭘 말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아졌다.


한편 따뜻한 면도 차가운 면도 모두 내가 가진 일부인데 사람들이 보고 싶은 면과 다면적인 내 모습이 전부 일치하진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곁에서 나를 직접 보고 겪은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공감의 깊이도 다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들이 들면 들수록 더욱 방향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만 보려고 남기는 기록이라기엔 어쨌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공개된 공간인만큼 보여지는 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다.



온라인 행사와 모임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여전히 대면 모임만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온라인 모임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과 내일 참여하는 각 독서모임은 모두 ZOOM을 이용한 온라인 모임이다. 작년에 수 차례 재택교육을 들으며 사용법은 익숙해졌지만 의사소통 방식은 여전히 낯설다. 물론 이미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된 학생들의 고충에 비해 별 일이 아니지만. 별 수 없는 선택지인만큼 기술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다고 모든 교류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은 아니니.


그런 김에 오랫동안 관심 가져온 영상제작을 연습하고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엔 아직 뭘 해야겠다는 마음이 아직 확고히 정리된 시기가 아니라 우선 관심이 가는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다. 시도해 보고 싶은 게 생긴만큼 큰 맘 먹고 새 장비도 마련했다. 거금을 들여 아이패드 프로를 샀다. 뭐든 처음 해보는 만큼 아직은 부족함이 더 많지만 차츰 하고 싶은걸 잘 표현해내리라 하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따르거나 단시간에 수준급 실력을 뽐내리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마음 먹기가 쉽진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올해에 마주할 변화의 파도들이
내 인생에 또다른 모멘텀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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