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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Feb 07. 2021

가볍게 쓰는 일기 _14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오랜만에 돌아온 가벼운 일기 시리즈다.


한 때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게 작은 기쁨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쉬이 내키지 않았다. 아마 글을 공개하기 시작한 뒤로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였기 때문인것 같다. 나를 글로만 만나는 이들은 내 일상을 공유한들 공감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쓰기가 상당히 망설여졌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픈 말을 늘어놓기 보다 주제의식이 선명한 글을 쓰겠다며 가볍게 쓰는 글을 기피해왔다. 가볍게 시작한 내용도 시대상을 담아야지, 함의가 있어야지 하는 고민이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내용이 한껏 무거워져 있었다. 결국 내용을 전부 갈아 엎고 다른 제목을 달기 일쑤였다.


photo by. Jundori


간만에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몇 주 간 불규칙한 수면시간 때문에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피곤함이 유독 온 몸을 휘감은 주말 저녁이다. 물론 새벽까지 깨어 있다 늦게 자곤 한 것도 문제지만 입 안을 물어 뜯는 버릇이 재발한 탓에 더더욱 피로감이 심한것 같다. 특별한 걱정거리가 있어 긴장했다거나 불안한 상태는 아닌데 불구하고 작년 말 쯤 ‘코로나 블루’가 찾아온 뒤로 다시 입 안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심리가 불안정할 때마다 반복되어 온 나의 '악습'이다.


코로나 블루가 찾아오기 이전엔 우울할 틈도 없었고 입 안을 물어뜯을 새도 없었다. 애초에 집 안에 머문 시간이 적었다. 일을 하든 일정이 있든 대체로 나는 바깥에서 할 일이 있었다. 눈을 뜨면 해야할 일이 산더미였고 짬짬이 계획을 세우고 이행할 시간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으로 애태우는 밤 같은 건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에너지를 다 소진한 상태라 쓰러져 자기 바빴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여유 시간을 별 다른 계획 없이 보내기에 무료했던 것인지, 그 물어뜯는 버릇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크게 불안에 떨 만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연히 상념에 잠긴 때가 많았다.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많아졌고 움직임은 둔화되었다. 아무런 성취감도 보람도 없는 삶이란 생각에 웃음조차 메마른 하루를 보내곤 했다. 몇 달 째 한 가지 업무만 끝없이 반복하는 게 지겨웠던 데다가  능력과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묵혀두고만 있다는 초조함 때문이었다.


지금은 불안함에서 조금 벗어난 상태지만 여전히 그 버릇을 고치진 못하고 있다. 마음이 온전한 평화를 찾은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피를 볼 때까지 물어뜯는 버르장머리 때문에 멀쩡해야 할 입 안이 자주 헐어있다. 그 때문에 염증수치가 높아진 몸은 더욱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여유가 있는 때에 차라리 건강히 지내기라도 해야하는데 스스로도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게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출처: 원더풀마인드


이것저것 되는 대로 시도해봤지만 어설픈 것치곤 자못 진지함이 배어 있었다.


언젠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대로 그냥 생각만 할 수 없다 싶어 브이로그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렸는데 이 작업이 꽤나 중노동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작년에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처음 브이로그를 만들어 본 뒤로 영상제작이 재밌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었다.


10분 짜리 브이로그를 만드는 데 편집 시간은 5~8시간이나 소요됐다. 왜 '유투버'들이 전업으로 활동하며 영상을 올리는지 편집자를 따로 두는지가 이해가 됐다. 점점 개인 유투버들보다 기업형 유투버들이 시장에 늘어나고 있다는데, 역시 수익을 목적으로 뛰어든다고 하면 쉬운 일이 하나 없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놈이 승자가 되고 너도나도 뛰어들었을 때의 잘 될 거라는 환상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일단 하다보면 길을 찾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쓰기도 영상제작도 시작했는데 쉴 새가 없었다보니 조금 지쳤다. 이미 많은 글을 통해 내 생각을 펼쳤고 영상을 통해 계산된 시퀀스에 맞춰 일상 속 나의 매력을 극대화한 장면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새벽까지 매달리며 체력도 지식도 다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나니 더 이상 뭘 해야 하나 싶은 시기가 왔다.


물론 애정 자체가 식은건 아니라 쥐어 짜내면 여전히 뭔갈 만들어낼 순 있지만 그냥 무작정 쉬고 싶어졌다. 친한 지인이 "너 그러다 구독자 수 줄어든다."는 무서운 경고를 날렸지만 회복을 위해 자시 내 일상과 업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생겼다. 물론 그의 말처럼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건 두려운 게 사실이다. (ㅜㅜ)


그래도 나는 지금보다 한결 여유롭게 하지만 멈춤 없이 걷기로 한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가려고 한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결국 걸어가다 보면 알 수 없는 행운과 예기치 못한 행복한 순간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 없이 많은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는 이런 희망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성공을 함부로 확신할 순 없지만 행복을 찾는 여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런 믿음으로 때때로 마음 속에 밀려든 부정적인 생각들을 지우곤 했다.


출처: 원더풀마인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결국 또 하나의 주제를 담은 마냥 내용이 길어져버렸다. 하지만 나의 평소 명랑함을 담기엔 브런치라는 공간이 진지해야만 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내일은 드디어 인사이동의 날이다. 신규 직원들을 위해 내 자리도 옮겨야 하고 이제 그들에게 일도 가르쳐야 한다. 모두 좋은 사람들일거란 확신이 없어 걱정스럽긴 하지만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 '골목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걱정이 소용없을 만큼 내일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도 그 하루가 부디 부정적인 기억으로 점철되지 않기를 바라며.  끝.



**한 동안 다소 느린 템포로 소식을 전하고 글을 남길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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