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가득한 거리

다시 찾아온 계절, 봄

by 흔한여신

오랜만에 햇살이 참 따뜻했다.

볼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엔 전에 없던 온기가 스며있었다. 구름 몇 점 없는 하늘엔 푸른빛이 가득했다.

겨우내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냉랭한 기운이 방 안에 들이닥쳤다.

차마 문 밖을 나설 엄두가 안 날 만큼 매서운 바람이 나를 방 안에 묶어 두고 있었다.

그런 바깥으로 나갈 땐 따스함을 잃지 않기 위해 옷으로 단단히 몸을 싸매야 했다.

싸늘한 바람에 살이 에지 않도록 겹겹이 옷으로 감싸 추위에 맞설 준비를 하곤 했다.

그렇게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채 제법 통통해진 몸을 뒤뚱거리며 세상에 걸음을 내디뎠다.

옷의 무게만큼 발에 더해진 중량감 때문에 다소 느린 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속으로, 해가 이미 져버린 뒤의 어두운 거리 속으로.


겨울은 초록빛 이파리 하나 없는 회갈색의 세상, 모든 게 땅 아래 잠들어 잠시 쉬어가는 계절.

바람의 온도가 낮아질수록 만물에 깃들어 있던 알록달록한 색도 바래졌다.

메마른 채로 가지에 달려있던 나뭇잎이 생을 다해 떨어지고 나면 나무엔 앙상한 가지만 무성하고

여름 내 자태를 뽐내던 싱그러움은 자취를 감춘다.

가끔 눈으로 뒤덮여 반짝여 보이던 세상도 눈이 녹고 나면 금세 무채색의 어두운 빛으로 돌아갔다.

빛도 색도 바랜 거리엔 어둠의 그림자만이 남아 있곤 했다.


생명의 빛이 꺼져있던 메마른 땅에, 동면에 들어간 초목에 다시 온기가 찾아왔다.

살랑이는 바람이 땅 아래 잠들어 있던 생명의 씨앗을 깨우고, 봄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초목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다시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만발한 꽃 아래 사람이 모여들고, 웃음이 꽃 피울 때가 왔다.

멈춰 있던 모든 것들이 깨어나고 다시 환한 빛으로 물들 계절이 다가왔다. 전보다 더 가벼운 걸음으로 나아갈 세상이 찾아왔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