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트리고 마는 후회의 버튼
내가 사용하는 몇 개의 주된 감정엔 버튼이 있다. 버튼이 눌리면 응축된 감정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게 된다. 좀 더 가깝게 감정이입이 잘 되는 상황에서 종종 감정의 버튼이 눌린다. 특별히 공감하는 상황에 대한 격한 반응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눈물샘이 터지기도 더욱 분노하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버튼이 여러번 눌리면 눌릴수록 버튼은 헐거워져서 비슷한 상황에서 너무 쉽게 눌리곤 한다. 그래서 때때로 고장나지 않도록 가끔 버튼을 꽉 조이곤 하지만 반복되는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며 다시 헐거워지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이미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진 버튼이 꾹 눌려버렸고 그만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토해냈다. 예민했던 탓이다, 컨디션이 난조였다 하는 식으로 내 잘못을 애써 무마해보려고 했지만 부끄러운 일이었다. 좀더 무심하게 지나쳤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끝내 내 버튼은 주체할 겨를도 없이 눌려버렸고 후회는 나의 몫이었다.
신기하게도 웃음버튼은 헐거워질 일이 없이 오히려 눌리기 뻑뻑하도록 강도가 변해가는데 왜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버튼은 세월의 흐름처럼 늙어가 응축된 감정의 크기를 키우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