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is part of my life
험한 세상 세상이 등을 돌릴 때도 / 견디게 해준 건 날 붙잡아준 건/
음악 내 음악이야 Music is my life
강렬한 사운드와 파워풀한 보컬이 어우러진 노래. TV 광고 음악으로 처음 만났던 이 노래의 가사처럼 음악은 내 삶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은 나를 울리고 웃기는 작은 친구다. 가슴을 후벼파는 노랫말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 경쾌한 사운드에 금세 힘든 일을 털어내고 밝은 표정을 되찾기도 했다.
어릴 때에는 동요로 시작해서 초등학생 무렵엔 대중가요를 듣기 시작했고 이젠 다른 장르의 음악도 가끔 찾아 듣는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이어폰과의 일상. 고서적에 옛 시대상에 대해 쓰여 있기를 한반도의 조상들은 밤이고 낮이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는데, 지금의 나 역시 방구석에서 혼자만의 허밍을 즐기는 것으로 보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집중할 때에 방해가 되어 별로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서야 집중력이 올라간다. 한창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 시절에도 중요한 면접시험을 앞두고도 내 곁엔 음악이 함께했다. 지금도 단시간 내에 집중해서 일을 마쳐야 할 때면 사무실에서도 어김없이 이어폰을 꽂는다. 소위 말하는 ‘노동요’ 또는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반복 재생하며. 아마도 ‘오디오’가 비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인 것 같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폰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웹툰에도 등장하는 OST가 화면에 담아내는 시각적 요소를 더욱 극대화해주는 효과가 있듯이 내 인생의 몇몇 장면에도 배경음악이 깔리곤 했다. 어떤 날에 우연히 들은 음악이 묵은 때처럼 끼어있던 가슴 속 체증을 가라앉히는가 하면, 옛 추억을 떠올릴 때면 bgm처럼 귓가를 맴도는 멜로디가 있고, 감정이 고조된 순간에 들으면 한껏 상기되는 노래가 있다. 특히 꿈꿔온 목표가 좌절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는 음악이 공허함을 달래는 가장 큰 위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내 인생에서 자주 선곡된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들장미 소녀 캔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마음이 거친 풍랑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의기소침해질 때면 흥얼거리는 주문. 정작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명작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 아마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제가 자체가 여럿 방송에 쓰여서 노랫말이 익숙한 것 같다. 가사의 내용처럼 성난 마음을 잘 달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 속의 나는 캔디가 아니라서 슬픔과 서러움에 눈물을 쏟곤 한다. 눈물이 솟구칠 때마다 울지 않아야 한다는 가사를 되뇌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울면서 부르는 노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얼마 안 가 울음이 그친다. 노래 자체에 깃든 마법 같은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변에 아무런 도움도 관심도 받지 못하고 홀로 외로운 수험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때, 친구 무리에서 괜스러운 소외감에 서러움이 터져버렸을 때. 그렇게 외로운 순간에 나는 구슬프게 노래 가사를 읊으며 눈물을 삼키곤 했다. 그렇게 그 다음 순간으로 나아갔다.
<2> The entertainer
영화 스팅의 OST이자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쓰이는 삽입곡.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특징인 피아노 연주곡. 엉뚱한 듯하면서도 발랄한 풍의 음악이 한 번에 내 귀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나는 1년 전 오랜만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이후 몇 개월간 이 곡의 정체를 찾아 헤맸다. 멜로디는 흥얼거릴 수 있지만 그 제목은 알 수 없었던 이 곡의 이름을 찾은 건 남의 연습실에서 흘러나온 음을 간신히 녹음해 둔 덕분이었다.
빠른 속도의 곡이라 초보자인 내가 곧바로 칠 수는 없어서 남이 치는 소리에 한껏 귀 기울이며 혼자 조용히 기뻐할 뿐이었지만, 곧 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을 해놓고 춤을 추는 것 같은 무아지경에 빠지곤 했다. 그 뒤로 연주를 시도해 본 일이 없이 악보만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살짝 속상한 날에 들으면 더 없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음악이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낸 곡. 기분을 고조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곡이다.
<3> Dynamite, BTS
“So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woah”
단언컨대 이 노래를 접하기 전까진 방탄소년단에 대한 열풍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사실 발매된 시점은 여름이었지만 아이돌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지 한참 된 터라 들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요즘 인기 많은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 푹 빠져서 ‘다시 여기 바닷가’를 지난 여름 내 수도 없이 들었던 탓에 더욱 관심이 없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이효리에 비 그리고 유재석 조합이라니! 어설프게 춤 동작을 따라 하며 흥얼거렸던 노래였다. ‘놀면 뭐하니’에서 새로운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곡이 등장하면서 나의 플레이리스트도 가을 맞이 개편을 할 참이었다.
그렇게 철이 살짝 지난 노래가 새로 선곡 목록에 담기게 되었고, 출근길 아침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바깥 공기가 부쩍 쌀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청량한 노래를 듣고 있으니 계절이며 시간 감각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멤버가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돌 그룹이었는데 그들의 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내 귀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날 하루종일 다이너마이트를 반복 재생했다. 노래의 상쾌한 매력을 느끼며 보다 힘차게 하루를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전에 음원 차트에 올라와 있던 그들의 노래를 간간이 듣곤 했지만 매력 있다는 생각은 못했던 터였다. 단순하고 밝은 풍의 가사와 어울리는 경쾌한 멜로디. 머릿 속을 가득 채운 갖가지 고민들이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2020년 가을, 나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이 물꼬를 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