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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n 20. 2021

1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Dear me,

또 점을 봤다.


  고민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때. 주변에 말을 꺼낼 용기조차 나지 않을 때면 나는 점을 본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겁이 좀 덜나지 않을까,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누군가는 날더러 미신에 쓸데없이 돈 낭비를 한다고 핀잔한다. 하지만 나는 점을 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점을 본다고 해서 당장 눈 앞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점괘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결국 내 안에 있던 실마리를 찾아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엔 싱숭생숭한 기분인 탓에, 그리고 다음 순간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한 미래가  걱정이  탓에 다시 점을 봤다. 신기하게도 점괘는  예상과 거의 맞아 떨어졌다. 사실 다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어느 정도 스스로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예상이 맞을지가 궁금했다.  원치 않은 상황을 피할 방법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물론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좀더 마음의 준비를 해서 슬기롭게 대처하고 다는 생각이었다.


photo by. Rojoy


  그런데 점괘가 참 재미있었다. 이번 하반기에도 나는 심적으로 지치고 힘든 일이 많을 것이고 주변 환경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잠깐씩 기쁜 일들도 생기겠지만 전반적으로 도와주는 이가 없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힘에 부칠 일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전에 비해 마음은 단단해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어보인다고 했다. 즉 어떤 안좋은 상황에 놓이든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울렁일 때면 눈물을 쏟던 내가 점점 주변 상황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일에 크게 기뻐하고 슬픈 일에도 크게 슬퍼하던 내가 이제는 남의 말을 곱씹어 보지 않고 그대로 흘려 보낸다. 마음 속에 누군가가 뱉은 말을 담아두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생각으로 채웠다. 오랜 시간 나를 옭아매던 짐덩어리를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모든 것들은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배웠기에 꼭 잘 됐으면 좋겠더라든가 하는 집착도 조금은 지워냈다.


  그렇게 점을 보고 난 뒤 나는 앞으로도 수없이 상처받게 될 미래의 나를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물론 공부하기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와 같은 멋있는 과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 하루를 지탱해 줄 몇 가지 사소한 규칙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속박 안에 나를 묶어두기 위함이라기보단 신의 변덕으로부터 연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다. 더욱이 성취감이랄 게 없는 하루를 좀더 특별하게 채워줄 그 무언가이기도 하다. 정말 작고 사소한 목표들을 세우면서 나는 미래의 내가 좀더 행복해지기를 가슴 깊이 바랐다.


- 침착하고 냉정할 것
- 사람들한테 꼬박꼬박 인사하기
- 비타민 챙겨먹기
- 물 3잔 이상 마시기
- 화내지 않기
- 불필요한 메신저 삼가기
-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기
- 자기 전 스트레칭 10분


photo by. Rojoy




안녕 1년 후의 나 자신아!


  내가 사는 시대엔 아직 타임머신 같은 게 개발되지 않아서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다만 가끔 궁금해 죽겠을 때마다 그리고 불안해 미쳐버릴 것 같을 때마다 점을 보곤 해. 별 건 아니어도 그게 내 작은 부적이고 작은 기도거든. 이번에 본 점괘가 그랬는데 미래의 나는 지금보단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을 거래. 정말 미래의 나는 지금의 무거운 짐들을 다 털어내고 비로소 안녕한 순간을 맞았을까? 무척 궁금하다.


  겨우 1년이 지나 얼마나 많은 게 바뀌었겠느냐마는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도 너는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거든. 오늘 하루가 당장 많은 걸 바꿀 수 없겠지만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1년 후 쯤의 나는 더 단단해져 있지 않을까 해. 지금의 시간 뒤의 나는 더 현명하고 더 침착하고 더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있기를 바라.


  인생의 숙제와 같았던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도 과거의 너는 한참동안 앞 날을 망설이고 또 고민했었어. 그 고민이 미래엔 말끔히 해결되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고민거리를 떠안은 채로 살고 있어. 그 동안 나는 남들과 비슷하게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쩌면 나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거든. 그런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꽤 오랜 시간 괴로워했었어.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1day1study&logNo=222037952051


  그런데 말이야, 지금의 내 자신이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게도 결코 주저 앉진 않았더라고. 눈물 방울 좀 훔치느라 쉬었다 간 적은 있어도 끊임없이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거든. 그 덕분에 오늘 날의 나도 조금씩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때론 오답을 만들고 답을 다시 정정하면서도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는 법이 없어.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관심을 놓지 않고 한번 시작한 일들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그걸 잘하든, 못 하든 말이야.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안 그래?


  누군가는 그냥 지금 이대로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어. 하지만 그냥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엔 참 마음이 답답했어. 그 말대로 이 세상 누군가는 내 자리를, 내 모습을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만족하고 긍정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하는 게 우선이잖아. 남들의 동경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뿐이니까. 만약 지금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지겹고 하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어. 그런데 그렇게 내가 바꾸려고 했던 그 미래의 너는 과연 더 행복해져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고, 또 궁금한 질문이야. 물론 여전히 그 노력이 미래에도 끝나지 않고 진행형일 수 있단 걸 알지만, 나는 미래의 네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길 바라. 그 미래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더 만족스러운 미래를 꿈꾸며 하고 싶은 대로 나아가길 바라.


그게 지금의 내가 결심한 것이거든.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거.


  그리고 주변의 것들에 대한 미운 감정도 원망도 털어내고 그냥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비록 꿈꾸는 미래가, 기대한 현실이 어떻게 되든 간에 마음만은 자유로운 채로 지냈으면 좋겠어. 굳이 모든 것에 마음 쓸 필요는 없으니깐 적당한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기를 바라. 또 지금의 결심들을 잊지 않고 살고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이런 사소한 바람들이 이루어진 미래에 네가 살고 있기를 희망해.


  한편 그 미래의 네가 과거의 자신에게 감사할 수 있도록 지금의 나는 매일 나 자신을 성실하게 가꿔 나가고 있어. 지금의 어려움도 극복했으니깐 미래의 넌 분명 더 많은 걸 잘 할 수 있을거야. 앞으로는 쓸데없는 걱정이 필요없을 만큼 더 단단해져 있길 바라며, 항상 건강 잘 챙겨.


1년 전 과거의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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