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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l 02. 2021

어느 여름날의 일기

걱정으로 가득한 일상에 대한 넋두리

여름이다.


  쨍하게 더운 볕이 내리쬐는 날씨. 가만히 있어도 후텁지근해서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공기. 작열하는 태양열은 지상의 모든 것을 뜨겁게 달구었고 내 작은 몸뚱이는 그 열기에 힘을 잃고 늘어져가는 중이었다. 그런 더위를 피해 올라탄 버스에서 나는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다.


  집으로 가는 길.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의지한 채로 멍하게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짊어진 시련도 잊은 채 앉아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는 채로 실려가는 게 참 편안했다. 하루의 시간을 애써 무언가로 칠하려는 의지도 바닥난 탓에 머릿 속을 텅 비운 채로 앉아 있었다. 요즘엔 가만히 있어도 온갖 생각과 감정이 머릿 속을 휘몰아치는 통에 괴로운 때가 많은 탓에 지쳐서 그런 것일 테다.




  전에는 멍하게 흘러가는 1분 1초가 그토록 아깝다 느꼈는데 지금은 잠시 생각을 지운 채로 있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과거엔 앞으로 나아가려는 굳은 의지만이 나다운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천천히 걷는 순간이 좋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멍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싫어서 잔뜩 고삐를 쥐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웃지 못하고 지나가는 하루가 더 안타깝다. 웃음을 잃어버린 날이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향해서 무작정 달려나가다 보면 숨이 차는 때가 오고, 호흡이 고르지 못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서 넘어질 것만 같은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순간을 지나야 고지를 밟을  있기에 어쩔  없는 고통이지만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면 주저 앉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통을 뛰어 넘을 체력이나 의지같은  없고 그저 시간의 흐름을 멍하니 지켜보고 싶기만 하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https://thebrownidentity.com/three-ways-to-continue-being-safe-this-summer/


요즘엔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 속을 휘감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안되면 어쩌나, 지금도 충분히 괴로운데 앞으로의 미래마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괜한 걱정들로 마음착잡해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만한 것들을 떠올려 보지만 쉽게 마음이 다독여지지 않는다.


  역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보통 정신으로 버틸  있는  아니다. 단지 체력만으로 해낼  있는 것도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뒷받침되어야만 끝까지 해낼  있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감이  떨어진 내게 너무 힘겨운 싸움인건 당연한 일이다.


  마음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가 않아서인지 요즘들어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꾸 잠에서 깨곤 한다. 어제는 5시에 눈이 말똥말똥하게 떠지는 바람에 6시에 그냥 출근을 해버렸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7시가  넘은 시각. 남들보다 2시간여 일찍 시작한 하루. 덕분에 오늘은 2시간 일찍 일과 사람에서 해방되었다. 가벼운 걸음으로 나서는 퇴근길, 나는 도둑 고양이가 담을 조용히 사람들 틈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하는 버스 창가에 앉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래도 멀리서 나를 비추는 희미한 빛을 희망 삼아 걷고 있다.


  하지만 나만이 내 인생의 구원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다.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지금 나는 어느 정도 운에 기대어 살고 있다. 물론 나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언젠가 신의 도움이 내게 와닿기를 기다린다. 혹시 벼락과 같은 행운이 찾아오지 않으려나 하는 헛된 기대까진 아니지만 내일 하루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살고 있다. 또 멈출 수 없는 이 마라톤에서 남들보다 먼저 결승선에 도착하진 못하더라도 너무 숨이 차지 않기를,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면의 어두운 감정의 찌꺼기들을 외면하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 하루를 흘려 보낸다. 내가 기대하는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길을 만날 거라 믿고 또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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