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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l 10. 2021

가볍게 쓰는 일기 _18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잠이 오지 않는 밤, 문득 하고싶은 이야기가 생각나 끄적이는 뒤죽박죽 생각들. 변변찮게 굴러가는 내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가벼운 글.


4단계 거리두기 시행이 코 앞이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시 자유가 사라진다.


사람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자유, 마음대로 이곳저곳 쏘다닐 자유 그리고 인적이 드문 바깥에선 잠시 마스크를 벗어둘 수 있는 자유. 어쩌면 7월부터는 조금 누려도 되겠다 싶은 것들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고비가 찾아왔다. 경제성장률이며 하는 것들에 대한 기대가 팽배해진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여태껏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꽉막힌 세상이 트이려나 기대해 왔는데 한순간에 그런 소망이 바스라졌다. 확진자 수는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사람들의 불안감도 다시 치솟고 있다. 백신을 맞은 자도 아직 맞지 않은 자도 모두 동일한 위기 속에 내몰렸다. 코로나의 대유행. 땡볕을 견디기도 버거운 여름엔 특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과연 또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될까. 총리실이나 행안부에서 강력한 권고가 내려오면 또 그럴듯한 시늉만 내겠지. 마스크와의 답답한 동거는 언제쯤 끝나려나. 지원금 신청 건수가 또 많아지겠는걸. 그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편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볼 기회도 다음으로 미뤄야겠구나 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출처 보건복지부 유투브


요즘은 나는 많은 것들을 내려놨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나는 더 이상 사람이나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가 없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예전 모습에 비추어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마음을 아는 너만큼은 그러면 안되지 않겠니' 하는 기대라도 품은 걸까. 이런저런 일들에 좀 지치긴 했어도 곧 원래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싶은 마음인듯 하다. 그래서 더는 사회생활을 위해 내 자신을 헌신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 먹은 내게 여전히 적지 않은 관심과 간섭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사람에 대한 기대나 내 앞날에 대한 기대가 깎이고 깎여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더 이상 인정받겠다, 열심히 하겠다, 잘 해보겠다 하는 욕심 같은 게 없어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의지가 완전히 소멸해버린 채로, 그냥 ‘돌멩이이고 싶다’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적어도 회사에서는 그렇단 말이다. 물론 회사 밖에서의 나는 그렇지 않다. 보다 치밀하게 미래를 계획해두지 않은 걸 후회하며 열심히 다른 무언갈 해보겠다고 낑낑대는 중이다.


한편으로 이제 더 이상 남들의 기대에만 맞춰 살순 없다는 생각에 눈치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나에겐 참 어려운 과제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해내야 한다. 과거처럼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내 자신이 속박되어 있단 생각을 할 테니. 더 이상 그런 고통에 스스로를 묶어둘 순 없다.


그래서 남들과 어우러지는 대신 적당히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아무 것도 듣지 않고 보지 않는 게 차라리 마음이 덜 괴롭다는 걸 지금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일 외의 나머지 것들에 1도 관심 갖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굳은 결심을 다진다. '쓸데없는 참견말자'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가진 몇 안되는 재능인 ‘사회성’과 ‘친화력’을 감춰야 한다. 물론 아쉽지만 언젠가 이 재능이 빛을 발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묵혀두고 있다.



소설 읽는 데 푹 빠졌다.


요즘 삶의 낙이 얼마 없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맘껏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다들 비슷한가 싶어 돌아보면 누구는 벼락부자가 되어있고 나는 벼락거지가 되어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가슴이 이리저리 널뛰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저 언젠가 행운이 내게 벼락처럼 꽂히기를 바라며 '존버'할 뿐. 기약없는 미래에 어쩌면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


그런 요즘 내 삶의 한 줄기 빛은 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 전에 공부하다가도 지겹고 일을 하다가도 답답해 유투브를 자주 들여다 봤다. 그런데 계속 흥미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른듯 뻔한 포맷과 수박 겉햛기식의 가볍고 흥미 위주의 내용 전달.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몇몇 글들을 접한 뒤 소설의 세계에 입문했다. 전에는 쓸데없다 여겨 잘 읽지도 않았던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된 도서 뿐만 아니라 남들이 습작처럼 올린 글도 읽는다. 아직 가공이 덜된 날것의 문체가 오히려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부하기 싫다는 핑계였을까 아니면 사람과 농밀한 교류가 없는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더위를 식히고 싶다는 작은 바람때문이었을까. 한 번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전에는 공부 때문에라도 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읽었다. 면접 준비라도 하려면, 그보다 교양과 상식을 쌓으려면 어려운 책도 많이 읽어두는 게 좋다 생각했었다. 읽고나면 나름 지식을 얻는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지식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물론 경영학 지식을 머리에 눌러담아야 한다는 긴박한 사정때문에 빌린 거긴 하지만 소설책도 있었다. 분명 경영전략 책부터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했으면서 결국 소설책부터 집어 들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계속 소설책을 뒤적였다. 전에 미처 몰랐던 감정들이 무수하게 느껴졌다. 빌린 책으로 부족해 또 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져 다른 이야기들도 읽었다. 수험생으로선 망친 하루였음이 분명했지만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출처 한겨레21


타투 그 이후


타투를 하겠다는 마음을 실행으로 옮기게 된 건 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두려움이 큰 선택이긴했다. 하지만 그 금기를 한 번 깨고 나니 다음은 쉬웠다. 전에 미처 몰랐던 내 개성에 대해 눈을 뜬 기분,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제대로 마주한 느낌이다. 그래서 생각으로만 묻어둔 일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외양을 하고 싶은대로 바꾸는 건 물론이요, 내면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내가 원하는대로 바꿔나가고 있다.


서툴지만 조금씩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틀에 박힌 모범생 또는 타인의 시선 아래 갇혀 사는 답답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작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로.


길었던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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