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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l 25. 2021

가볍게 쓰는 일기 _18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미주알고주알. 일기장에 뱉어내고 싶은 말을 적은 글.


찌르고 뚫고,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있다.


어릴 때만 해도 피어싱 같은 건 조폭이나, 연예인이나 날라리 같은 애들이 하는 줄 알았지 내가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문신도 마찬가지다. 문신이란 단어조차도 뭔가 위협적인 느낌이 든다 싶었다.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짙었던 편견이었지만 사실 내 안에는 그런 금기를 깨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 동안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생각에만 머물렀다. 뭔가 막 사는 거 같달까. 문신한 애들은 노는 애들 같아 보였고 나는 조신한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루고 미뤘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갇혀있다가
서른이 되고 나서야 오랜 빗장을 풀었다.


새로 추가한 타투, esto quod es



내 타투를 본 주위의 반응은 주로 ‘우와’ 또는 ‘헉’ 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서 브릿지 염색이라든가 탈색이라든가 하는 것도 그렇고 타투한 사람이 결코 흔하지 않다. 흥미를 가지는 이들은 좀 있어도 나처럼 대뜸 하고 나타나는 사람은 없다. 그런 것들을 하기로 결심한 건 급 ‘땡겨서’였는데, 이제 부모님한테 두드려 맞을 나이는 지난 것 같고 몸에다 뭘 좀 한들 남은 인생 동안 큰 후회는 없을 거 같았다.


조금 살아보니까 후회라는 게 사실 별 게 아니었다.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엔 늘 후회가 남았다. 그냥 평생동안 짊어지고 갈 짐 같은 거였다. 그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까닭에 그 동안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몇몇 친한 이들이 ‘왜 자학을 하냐’며 농담조로 이야기했는데 고통도 견디다보니 참을만 했다. 삶의 순간순간 더 고통인 때가 많았는데 신체 어딘가에 조금 염증이 생기는 정도야 괜찮다고 느껴졌다. 물론 평소에도 몸 관리에 철저한 편이라 위생이며 보습이며 잘 챙겨서 어느 곳 하나 별탈 없이 잘 아물고 있다.


그러니깐 뭘 하든 자기 관리만 잘하면 손가락질 받을 이유 따윈 없다. 저지르고 나니 이건 용기도 아니었다. 그저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었는데 다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안타깝지만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거 같은 기분은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 같다. 지금 짊어진 내 숙명이려니 여기는 게 나을듯 하다.


퀴어 뜻 아니고 무지개색 하트/ 새로 추가한 타투/ 첫 타투들 보다는 아팠음/ 시술자마다 다른 고통의 크기랄까




소설 읽는 재미가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즐겨 읽었던 게 고등학교 때쯤이다. 벌써 10년도 전의 일. 그런데 늦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최근 들어 소설에 꽂힌 뒤로 모든 걸 뒤로 하고 새로운 읽을 거리를 찾아 헤매기 바쁘다. 웃음, 재미, 감동. 요즘 내 일상에 흔하지 않은 감정들이라 그런가 아주 푹 빠져들었다. 새로운 플롯을 접하면 더욱 몰두하게 되는데,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며 울었다 웃었다 하고 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었는데 많이 읽다보면 언젠가 한 걸음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생각난 반가운 꿈이다.


그러다 보니 읽을 거리가 충분히 많아 내가  거리에 대한 생각이 현저히 줄었다. 영어 공부며 경제 기사며 공부할 거리도 넘쳐나는데 그것들이 눈에  들어 오지가 않는다. 사실 적당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요즘 들어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지 마인드 컨트롤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회사와 일은 변수가 아닌 상수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하루를 좌우하고 일주일을 좌우한다.


얼마나 이런 저런 것들이 신경이 쓰였으면 새벽 5시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며칠간 7시에 출근을 했다.  뜻과는 다르게 벌어지는 일들 앞에 수없이 좌절감을 느끼다가 퇴근 후엔 어느  소설 읽는  집중해 있다. ‘여름이라  모든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야하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약간의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서.


출처 psychology today


마음이 좀 힘들더라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사주쟁이의 말이 맞았던 건지, 그냥 그럴 때가 된 것 뿐인건지. 전만큼 기분이 날뛰거나 우울해 하는 일이 드물다. 간간이 짜증나거나 답답한 일이 있지만 부쩍 마음이 평온해진 게 사실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될 대로 되라 하는 생각 때문인지 굳이 미련을 갖지도 않는다. ‘내가 했으면 좋았을 걸, 나한텐 왜 기회가 안 오지?’ 이런 생각보단 ‘기회는 운이 좋은 놈한테 갈 뿐이다’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오히려 나의 무지개빛 선명한 개성을 아무데서나 꺼내 보이진 말아야겠다 결심한 뒤로, 있는듯 없는듯 벽지처럼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가 하겠습니다’는 괜한 말로 전장에 앞장 서는 일은 결코 없다.


재밌는 건 내게 벽지처럼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던 그 선배는 아직도 내가 벽지같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꽤 무채색인척 위장을 잘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그 검정색조차도 색감이 강렬한걸까. 종종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돌아선다. 하지만 선배, 저는 지금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보다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지내는 게 더 중요하다구요. 속으로만 삼키는 말.


남들의 눈치만 보고 살기엔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라, 가능한 한 많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이래저래 머리를 쓰는 중이다. 직장인으로서의 프리미엄 같은 건 없고 특히 공무원이라 더 별로인 게 많은데, 유일한 장점은 자유롭게 근무형태 같은 걸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나는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목말라 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을, 더 많은 자유를.


언젠가 이 지독한 갈증으로 갈라진 목을
축여줄 만한 단비를 기다린다.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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