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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an 13. 2022

눈부시게 빛나던

잠시 만나고 온 과거의 나

눈꼬리가 쳐졌네, 쳐졌어.


  쉴 틈 없이 오가는 대화 속에서 내 표정을 잠시 살피던 친구가 그런 말을 불쑥 내뱉었다. 내 얼굴이 전과 다르게 불쌍해 보인다나. 얼굴에 총명함이나 생기같은 건 사라지고 낯빛이 어둡다 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온통 걱정과 불안을 짊어진 몰골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으니. 그러니깐 그에게 '팩폭'을 당한 것이었다. 할 말이 없어져 멋쩍은 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눈이  슬프다.
나는 전에  눈이 빛나던 모습이 좋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차오르는 씁쓸함을 삼키는 데 익숙해진 탓에 더 이상 서러울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세상엔 온갖 바람이 불고, 내가 지나가야 하는 '인생의 여로'란 그 가운데 있으니 견뎌야 한다 생각하며 묵묵히 버티던 중이었다. 그렇게 넘쳐흐르던 감정을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았던 나였다. 그런데 그 한 마디에, 마치 둑이 터진 듯이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안구에 습기가 차올랐다.


내 눈이 빛나던 때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울컥하고 말았다.


  잊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에 애써 기억 한 켠에 묻어두었건만, 또 다시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울린다. 찬란한게 빛나던 어느 순간들이 나를 슬픔으로 칠해간다. 하지만 꼭 슬픔으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다. 기쁨과 감사함, 그리움과 같은 온갖 감정들이 배어난다. 무채색으로 지워버린 것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것이다. 과거의 추억들은 끊임없이 나를 끌어 내리고 또 끌어 당긴다. 그렇게 나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후회와 망설임 속에서 선택한 길을 향하여 걸어나갈 것이다.


다시 한 번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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